반면 연초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외치며 강공을 폈던 여당에 오히려 야당이 개헌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야의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문 국회의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이라며 "국민 여론 80%가 지지한다, 결심만 하면 연내 개헌도 가능하다"며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문 의장은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구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뜻을 밝혔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즉각 환영 의사를 표하며 "한국당은 연내 개헌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선거구제 개편문제와 관련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로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한다는 게 골자로, 어느 경우든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그만큼 다당제가 정착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에 회의적이었던 한국당도 "시대정신에 걸맞는 방식으로 야권 공조를 통해 반드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각오"(김성태 원내대표)라며 전향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입장 변화를 두고 보수 참패 국면 속에서 기존의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경우 차기 총선 결과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개헌특위가 1년 동안 23차례 회의를 통해 논의를 하고나서도 연초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거부한 마당에 이제와서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지난번 개헌을 추진할 때 모든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문재인 후보한테 개헌 안하냐고 압박해놓고 딴 소리를 했다"며 "정작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니 막아놓고 지금에 와서 개헌 이야기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개헌특위에 참여했던 한 초선 의원도 "특위를 통해 개헌안에 대해서 거의 모든 분야를 논의해왔다"며 "개헌의 문제는 내용보다는 의지와 시기의 문제가 크지만 그런 동력이나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20대 전반기 정세균 전 의장이 그랬듯 대체로 국회의 수장으로서 개헌에 욕심을 가질 수 있지만 당정이 민생 문제에 올인하는 시기인 만큼 개헌은 불가능하단 입장도 원내 지도부 중심으로 강한 상황이다.
강병원 원내 대변인은 "민생 개혁 입법 시급한 상황에서 입법 블랙홀인 개헌을 할 수 없다"며 "하반기 남북 평화 문제도 산적해 있어 개헌에 힘을 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사실상 2020년 21대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총선에서 개헌 관련 비전을 다시 제시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 개헌의석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 활동을 했던 또 다른 의원은 "사실상 개헌의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찾기 쉽지 않다"며 "총선 같은 큰 선거가 없는 한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올해 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가장 큰 장애가 바로 여당"이라고 지목했다.
범(凡) 여권으로 평가받는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 역시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집권여당도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자기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