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상황 등 현실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더했다.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이를 감당해내야한다"고도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수용하면서도 경제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 계속되는 우려에 文, 최저임금 속도조절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중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앓는 소리가 나왔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8350원으로 결정했다.
사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문 대통령의 대표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 또 사안의 폭발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처음부터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관련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걱정 섞인 반응을 내놨다.
문 대통령의 이날 사과는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이 같은 각계의 우려를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조·방향은 유지…현실론 고려하며 갈듯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게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2020년까지는 못 지키겠지만 그 기조와 방향은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일단 현실론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연착륙시키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일자리안정자금과 상가임대차보호, 카드수수료 합리화, 가맹점 보호,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최저임금 보완 대책이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공약 불이행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위와 같은 후속대책의 성과 정도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득주도성장에서 속도조절이 들어가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다른 한 축인 혁신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경제 난제는 최저임금 외에도 산적해있다. 일자리 정부를 약속했지만 지난 5월 발표된 통계로는 8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만명 수준의 취업자 증가폭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문제 해결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가운데, 하반기 경제 운용 방침과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