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회사채 피해자들, 집단소송 길 열렸다"

대법, 허가 취지 '파기환송'
"법에서 정한 대표자 요건 갖췄다면 집단소송 허가 해야"

2013년 발생한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이 제기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5일 동양 회사채 피해자 서모씨 등 1254명이 동양과 모집 주관사인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관련집단소송을 불허가한 원심 결정에서 유안타증권과 관련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동양과 관련해서는 '재항고 이유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대로 기각됐다.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동양이 발행한 회사채를 산 서씨 등은 "회사채의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등에 중요사항이 빠져 있거나 허위로 기재됐다. 동양과 유안타증권이 부정한 수단으로 회사채를 판매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2014년 6월 증권관련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냈다.

이에 서씨 등 5명을 대표당사자로 선정해 소송허가 여부를 심리한 1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양에 대한 신청은 서씨 등이 2013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진행한 회생절차 과정에서 자신들의 손해배상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또 유안타증권에 대해서는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범위에 포함됐다는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거짓으로 기재하는 등 자본시장법이 정한 손해배상청구에 한정해서 소송을 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이에 서씨 등 대표당사자들은 즉시항고하면서 전체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는 변경신청을 냈다.

'256~258회차, 260~268회차 회사채 취득·보유자'에서 '262~268회차 회사채 취득·보유자로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은 "변경 신청서에 따르면 5명의 대표당사자 중 2명은 262~268회차 회사채를 취득·보유하지 않아 대표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불허가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11조1항이 '대표당사자는 구성원 중 해당 증권관련집단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자 등 총원(피해자 전원)의 이익을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표할 수 있는 구성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법원은 "대표당사자들 가운데 일부가 변경 신청된 피해자 전원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된 경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를 제외하고 집단소송을 낸 사람이나 대표당사자가 되기를 희망해 신청서를 제출한 구성원 중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자로 대표당사자를 구성할 수 있는지 심리해 허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절차 수행을 맡는 대표당사자는 복수일 필요가 없고 법원은 대표당사자가 되길 원해 신청서를 제출한 구성원 중 법에 정한 요건을 갖춘 자를 대표당사자로 선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중의 1인 또는 복수의 인원이 대표당사자가 돼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이 소송은 신고서나 사업설명서의 허위기재, 미공개정보의 이용 등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손해배상청구에 한정해 제기할 수 있고 일반 소송과 달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서울고법이 소송 허가 결정을 내리면 본안 소송이 진행되면서 유안타증권과 손해배상 책임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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