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 '프로듀스48'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CJ E&M과 닐슨 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소비자 행동기반 영향력 측정 모델인 콘텐츠파워지수(CPI) 6월 2주차(6월 11~17일) 순위에서 2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tvN 인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뒤를 잇는 기록이자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시청률은 매회 상승 중이다. 지난달 15일 방송을 시작한 '프로듀스48'은 1.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선을 끊었다. 이후 22일 방송된 2회 시청률은 1.9%로 상승했고, 29일 방송된 3회로 2%대의 벽을 넘었다. 또한 엠넷에 따르면 CJ E&M의 콘텐츠 플랫폼인 티빙과 엠넷닷컴을 통한 실시간 방송의 최대 동시 접속자는 약 3만 5천 명(3회 기준)이 넘었다. '프로듀스48'은 지난해 방송된 시즌2와 비슷한 시청률 상승폭과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 방송 3회 만에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모습이다.
'프로듀스48'은 시청자들이 기시감을 느끼지 않도록 차별화를 뒀다. 바로 일본의 유명 걸그룹 AKB48 시스템과의 결합이었다. 엠넷은 '프로듀스101'의 기존 시스템에 전용 극장에서 상시 공연을 하고 팬들과 만나는 AKB48 시스템을 얹어 한일 양국에서 활동할 12인조 걸그룹을 제작한다는 이전에 없었던 획기적인 시도를 감행했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사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AKB48 소속 참가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공연하거나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전쟁을 미화하는 연출의 공연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우익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경쟁력 있는 K팝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굳이 일본에 전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초반 시청자들이 일본 연습생들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1회에서는 한일 양국 아이돌 산업의 문화적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한국 연습생들에 비해 기본기가 떨어지는 일본 연습생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후 2회에서 반전을 줬다. 실력이 한참 부족했던 일본 연습생들이 주제곡의 한국어 가사까지 외우며 열정을 보이고 점차 부족한 실력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린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연습생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부정적 시선을 긍정으로 모두 바꾸지는 못했어도 일부 바꾸는 데는 성공한 분위기다.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일 연습생들의 우정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방식도 효과를 봤다. 연습생들이 언어의 장벽을 뚫고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하나가 되는 모습은 이전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은 엠넷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 있는 편집의 묘미를 그대로 살렸다. 그룹 배틀 평가가 그려진 3회부터 그러한 편집이 강화됐는데 '센터'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펼치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비중있게 다뤄져 이목을 끌었다.
단순히 분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서사가 미야와키 사쿠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프로듀스48'이 아니라 '사쿠라듀스48'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오는 중이다. 3회 이후부터는 CJ 계열 스톤뮤직 소속 장규리의 분량이 점차 늘어나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분량은 곧 투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분량이 적은 연습생을 응원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 있는 지점으로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종반까지 꾸준한 관심을 얻길 바란다면 향후 이 부분을 보완해나갈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프로듀스48'에서 '국민 프로듀서'가 '픽'한 연습생들은 한일 합작 걸그룹 멤버로 선발돼 한일 양국에서 데뷔한다. 앞서 시즌1,2를 통해 결성된 아이오아이(I.O.I)와 워너원이 11인조였던 반면, 멤버수가 1명 더 늘어난 12인조 걸그룹이 탄생한다. 계약 기간도 늘어났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활동기간은 각각 8개월과 1년 6개월 정도였는데 이번 시즌을 통해 만들어질 걸그룹은 2년 6개월간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의 음악 시장이다. 최근 일본 대중문화계에 제3의 한류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탄생할 한일 합작 걸그룹이 일본 내 K팝 열풍에 불을 더욱 지피는 팀이 될 수 있을지, 레드오션인 국내 걸그룹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