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1부는 지난 14일 서울교회 박노철 목사를 상대로 한 '직무권한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안식년 규정을 따르지 않은 박노철 목사에 대해 서울교회 위임목사(담임목사)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담임목사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소송의 쟁점은 ‘안식년 규정을 교회 정관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서울교회는 1998년 8월 안식년 규정을 마련하고, 2000년 10월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이 만장일치로 안식년 규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규정으로, 교회 정관에 직접 안식년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
법원은 그러나 서울교회의 안식년 규정이 정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직분자들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고 교회 조직과 운영에 교인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신임투표와 결부된 안식년 제도를 도입한 점, △안식년 제도의 최초 시행을 앞두고 공동의회를 통해 교인들의 의견을 물은 점을 중요하게 해석했다.
또 해당 안식년 규정에 따를 경우 당회 결의나 공동의회 결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담임목사와 장로가 재시무를 할 수 없게 돼 교회의 조직과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근본규칙으로, 정관 개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 법원 “서울교회 안식년 규정, 정관으로 인정”...통합총회 헌법 규정과 충돌
법원이 서울교회의 안식년 제도를 교회 정관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교회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예장통합총회 헌법과도 부딪치게 됐다. 통합총회 재판국은 지난 2월 재신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서울교회 안식년 규정이 총회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통합총회 헌법시행규정은 담임목사를 신임투표로 사임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총회헌법, 헌법시행규정, 총회규칙, 총회 결의, 노회규칙 등의 순으로 법이 적용이 되는 만큼, 재신임투표는 헌법시행규정에 위배돼 서울교회 안식년제 자체가 전부 무효라고 판단했다.
앞서 박노철 목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심(2016년 12월)과 2심(2017년 4월)에서도 교회정관에 안식년 규정이 없다는 점과, 담임목사 신임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총회헌법을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소속 교단의 교리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면 지교회의 독립성과 종교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대표의 방법, 공동의회의 운영, 재산의 관리 등 단체운영의 중요 사항을 정관이나 규칙으로 확정한 사단으로서 교회는 교단과 독립돼 있으며, 교단과의 관계는 종교적 내부관계에 있어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법원은 서울교회의 임기제와 신임투표는 통합총회의 교리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면서, 통합총회 재판국의 판단을 뒤집어, 안식년 규정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서울교회 당분간은 박노철 목사 체제 유지
한편 이번 판결로 박노철 목사가 당장 서울교회 담임목사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박 목사 측이 즉시 항소하면서 판결은 다시 2심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가처분 판결과 본안판결이 전혀 달랐던 만큼,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도 예배 등 방해금지 가처분 2심 소송에서 박 목사의 예배행위를 방해해선 안된다며 박 목사의 담임목사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어, 당장은 박노철 목사가 서울교회 담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예장통합총회는 교단헌법에 배치되는 지교회의 규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 것인지 과제를 안게 됐다.
사회법이 지교회의 절차적 민주성과 규정 제정의 합리성에 보다 무게를 둠으로써 교단헌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