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계 아시안게임은 동·하계 올림픽과 함께 체육회가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파견하는 최대 국제 종합대회다.
10일 체육계에 따르면, 체육회는 최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종목별 산하 연맹·협회에 공문을 보내 아시안게임 출국일을 종목별 경기 시작 이틀 전으로 제한했다.
현지 적응을 위해 대회 개막 3∼5일 전 출국했던 예년과 사뭇 다르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 종합대회에 참가하는 대표 선수들의 출·귀국 항공편과 선수촌 체류비는 체육회가 준비한다.
체육회는 종목별로 경기 일정이 다르므로 경기 시작 이틀 전부터 선수촌 체류비를 대겠다고 산하 연맹·협회에 알렸다.
종목 일정이 끝나면 선수들은 다음날 선수촌에서 퇴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육회의 방침대로라면 8월 20일 경기를 시작하는 기계 체조 선수들은 8월 18일에 출국해야 한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8월 18일 체조 종목에 참가하는 전체 나라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포디움 훈련(공식 연습)을 할 예정이다.
항공 일정을 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18일 오후에나 자카르타에 도착해 선수들은 포디움 훈련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실전에 나서야 한다.
체조인들은 포디움 훈련이 선수 경기력 향상에 직결된다며 크게 우려한다. "지원도 해주지 않고 메달을 바란다"며 체육회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회는 더 일찍 출국해야 하는 종목의 경우 해당 단체가 현지 체류비를 자체 충당하라고 했다.
이러면 태극마크를 다는 종목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진다.
지원이 넉넉한 종목은 자체 자금을 투자해 일찍 선수단을 보낼 수 있지만, 지원 여력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종목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야구의 경우 프로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을 운영하는 KBO 사무국은 선수들을 일찍 보내 현지에서 적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는 올해 아시안게임에선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을 실은 전세기도 운영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예산 부족 탓이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선수촌에 일찍 입촌할 경우 우리 돈으로 수천만원 이상이 든다"고 전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외에도 여러 종목이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에는 하계올림픽보다 더 많은 선수가 참가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40개 종목이 열린다. 우리나라는 39개 종목에 출전한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가용할 예산이 더 줄어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선수단의 선수촌 체류 일정을 줄였다는 게 체육회의 입장이다.
체육회는 또 아시안게임마다 6명씩 출전하던 기계 체조 대표 선수 수도 5명으로 줄였다. 이 또한 예산 문제로 추정된다.
체육회 관계자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 선수들만 약 800명이 출전했다"면서 "이번에도 이 규모로 선수들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올해보다 4개 적은 36개 종목이 열렸다.
종목별 출전선수는 늘어났지만, 예산이 모자라 4년 전 선수 규모를 올해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설명에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