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류영재 (판사)
◆ 류영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 금요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 했습니다. ‘재판 거래도 없었고 판사 블랙리스트도 없었다.’ 어떻게 보셨어요?
◆ 류영재> 일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님의 특히 재판 개입 없었다는 주장 존중하고 한 판사로서는 그 말씀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법원행정처가 수회에 걸쳐서 청와대를 상대로 진행 중이거나 또는 선고 된 사건에 대해서 상고법원 제도에 협조해 주면 재판을 유리하게 진행해 주겠다, 사법부는 재판으로서 청와대에 협조한다고 말한 듯한 그런 문건을 여러 건 작성했고 그 문건이 많이 나온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이 재판의 공정성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하고요. 지금 양승태 대법원장님의 진정성 어린 주장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의심하지 말라고 계도하고 꾸짖는다고 해도 재판 신뢰가 과연 회복될지는 의문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재판 거래 없었다고 하면 없는 걸로 여러분 아십시오. 그 문건 진짜로 실행된 것도 아닙니다.’라고 말한들 그런 문건이 한 건도 아니고 여러 개가 나온 상황에서 국민들이 ‘알겠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가겠느냐. 지금 그 말씀이신 거죠?
◆ 류영재> 그러니까 국민들이 의심을 하는 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리고 또 사법부가 지금 스스로 재판의 외관의 공정성을 해한 상태에서 국민들의 의심을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꾸짖을 처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류영재> 일단 문건들을 보시면 이미 선고된 재판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상고법원과의 협력 또는 압박 수단으로 삼자는 문건이 지금 수회 발견이 됐고요.
◇ 김현정> 진행 중인 것들도 있었고?
◆ 류영재> 네. 원세훈 재판이나 전교조 사건. 그리고 또 하나는 만에 하나 그런 립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사법부가 재판을, 재판의 무게를 그렇게 가볍게 놓고 이걸 우리가 협력 사례입니다, 이렇게 자랑하면서 지금 우리가 사법부가 청와대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립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지 이거 자체가 삼권분립 위반이자 사법 독립 침해는 아닌지 그리고 이게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미 끝난 재판이었다. 독립적으로 진행된 재판이었다 할지라도 그 결과를 가지고, 예를 들어 KTX 여승무원 같은 경우 그 결과 때문에 사람이 자살하기까지 했는데 이걸 가지고 청와대 압박 수단으로 썼다는 게 재판을 얼마나 가볍게 본 것인가 이 말씀이세요?
◆ 류영재> 그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굉장히 큰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런 식으로 외관의 공정성을 해하면 국민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사법부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고 그걸 립서비스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외관의 공정성을 이 문건만으로도 해쳤다고 말씀하셨는데 상대편에서 이렇게 반론할 수 있어요. ‘아니, 이 문건만 나왔지 개개의 판사들한테 직접적으로 이 재판은 이렇게 판결하시오라고 얘기한 이메일이 나왔냐, 문건이 나왔냐, 증언이 나왔냐. 아무것도 증거가 없지 않느냐. 이거 형사 고발한다고 한들 뭐가 나오겠느냐. 의미 없는 형사 고발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류영재> 일단은 조사상 한계가 있어서 이메일 주소 같은 건 전혀 못 했고 또 그런 한계 있는 조사에서도 하급심 재판의 한 사건의 선고일을 연기시킨 사실은 있다고 나오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수사상 한계가 있는 게 맞습니다. 즉 실체적으로 실질적으로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이 됐는가 여부는 사실 조사로 밝혀내기 자체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거는 관여한 판사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사실을 입증해내지 어렵기 때문입니다.
◆ 류영재>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메일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난 그 이메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 김현정> ‘나는 거기 휘둘리지 않았다.’ 그러면 끝이죠?
◆ 류영재>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재판에 있어서는 실체의 공정성 여부를 입증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외관의 공정성이 굉장히 중요해지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오히려 그걸 밝혀낼 수 없으니까 마지막은 판사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데 머릿속 들여다볼 수도 없는 거고 결국은 검찰 수사 하나마나 아니냐, 하나마나 한 것 가지고 왜 지금 이렇게 사법부 전체를 흔드느냐 라고 묻는다면요?
◆ 류영재>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해도 이미 재판의 외관의 공정성이 흔들어졌고 해쳐졌고 그걸로 인해서 국민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을 했다면 적어도 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법부든 아니면 사법부 외부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전에 말씀하셨듯이 이메일이 왔는지 얘기가 들어왔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것을 사법부 외부에서 조사를 한다, 강제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법부가 그걸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강제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재판 개입이 있었는가, 그래서 재판이 실제로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여부를 입증해내기는 수사로도 굉장히 밝혀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의 핵심은 그런 실체적인 재판 개입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이 모든 사항이 면칙된다, 재판 개입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으니까 그러면 사법부가 청와대에 가서 우리가 재판으로서 협력하겠다, 이렇게 말을 한 것들은 다 괜찮다, 이렇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겁니다. 국민들도 사법부가 스스로 청와대한테 립서비스든 덕담이든 어쨌든 간에 협력하겠다, 재판으로 협력하겠다, 이게 우리가 협력한 사례가 우리가 이런 거 하면 재판을 유리하게 해 주겠다고 말하는 사법부 믿을 수 있습니까? 그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믿고 맡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문제의 핵심은 결국은 사법부 스스로 반헌법적으로 재판의 독립과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서 사법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렇게 되자 김명수 현 대법원장 입장을 밝혔죠. 이거 형사 고발할지 말지 각계 의견을 청취한 뒤에 경정하겠다라고 하니까 일각에서는 ‘재판 거래라는 거짓 선동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편승하고 있다.’ 이런 비판이 신문에도 나오고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세요?
◆ 류영재> 저는 그거 자체가 재판 개입 여부가 입증되기 어려운 걸 알고 재판 개입이 입증되지 않았으면 이 모든 것이 사법부가 한 일이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런 프레임하에 지금 재판 개입이 없었지 않았냐, 이렇게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은데.
◇ 김현정> 프레임 짜기가 시작됐다고 보시는 거예요, 프레임 짜기?
◆ 류영재> 저는 그렇습니다. 사실은 재판 개입이 있든 없든 국민들의 사법 신뢰,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의심은 지금 정당한 상황입니다. 충분히 합리적이고요. 그런 의심을, 합리적인 의심을 자아낸 것은 결국은 법원행정처가 그 당시에 스스로 재판을 청와대 협력 사안이라고 자랑을 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실을, 그런 사법부의 치부를 알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신뢰를 떨어뜨린 게 아니고요. 사법부의 분란도 김명수 대법원장 때문이 아니라 결국은 그런 국민들의 의심을 자아낸 행위를, 반헌법적인 행위를 한 그들에게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엉뚱한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고 있다, 이 말씀이시죠?
◆ 류영재> 네, 인과관계가 완전히 잘못 판단됐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 법원행정처, 행정처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우리가 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그냥 행정만 담당하시는 행정 직원들이신가? 혹은 말단 직원들의 일부가 만든 문건에 불과한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게 아니죠?
◆ 류영재> 전혀 아닙니다. 행정처는 판사들이 재판을 하다가 사법행정으로 선발돼서 가고요. 그러다가 다시 또 재판으로 돌아옵니다. 법원행정처 처장은 사실상 대법관 0순위로 뽑히는 고위 법관이고요. 그 보고서들을 작성한 심의관들도 10년차 이상의 특히 저보다도 선배인 10년차 이상의 중견 법관이면서 추후에 고등부장 승진군으로 사실상 꼽히는 엘리트 판사들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렇게 재판을 그렇게 가볍게 거래 수단 또는 협력 수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행정처에서 근무를 한 이후에 다시 일선에 복귀해서 재판을 또 한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특조단이 90개 문건, 행정처 파일 중에 90여 개를 공개하고 한 270여 개는 공개 안 했거든요. 관련 별로 없다, 의미 없다 해서. 그런데 판사들이 그것도 공개해라 하고 있잖아요. 할지 말지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마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거 파장이 있을까요, 공개하면?
◆ 류영재> 문건이 만약에 행정처가 말하는 대로 정말 사법 행정 남용과 상관없는 정당한 문건이라면 파장이 없겠죠. 하지만 이 문건이 이미 의혹의 대상이 됐고 이것이 사법 행정 남용인지 정당한 문건인지 판단하는 근거는 그들에게 전속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판사와 특히 국민들이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떠한 업무상 비밀성이 있다고 해서 그게 국민의 지금 판단 권한 그리고 사법 감시의 권한을 초과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히려 문제가 없으면 공개하고 털고 가라, 이 말씀이신 거예요.
◆ 류영재> 그렇죠. 오히려 의혹이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의혹 해소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 류영재>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춘천지법의 류영재 판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