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에 길 잃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두 달 안엔 내년 최저임금 정해야…국회, 지방선거 끝나면 산입범위 정할까

새로운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내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지만, 국회 파행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해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4일부터 3년 간의 공식임기에 들어간다.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 가까이 새로운 위원을 위촉하지 못해 심의기간이 짧아진만큼 최임위는 오는 17일 첫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른바 '드루킹 특검' 논란과 지방선거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최저임금 포함 항목을 결정하는 '산입범위' 개정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경영계는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은 물론, 상여금 위주로 임금을 받는 관습 탓에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정기상여금은 물론 식비·숙직비 등 정기적으로 받는 모든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 자체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또 대기업 정규직에게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에도 애초 수당을 적게 지급하려 기본금을 적게 주는 대신 상여금을 높인 기업의 꼼수 탓에 임금체계가 왜곡된 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논란 속에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직후 10대 최저임금위원회는 제도개선TF를 꾸리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을 포함해 6개 과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의 경과만을 정부에 이송했고, 제도 개편의 칼자루를 이어받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최근 국회 파행에 밀려 개정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이성기 차관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통해 (결정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 만약 국회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의 산입범위는 노동부가 직접 개정할 수 있는 시행규칙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정부가 직접 개정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노동부 관계자는 "산입범위는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단 한번도 고쳐진 적이 없고, 노사간 이견도 크다"며 "국회 입법을 통해 고치지 않으면 또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며 현재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산입범위 개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법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 하루만에 환노위를 통과하고 곧바로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느냐"며 "산입범위 개정도 여야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는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화되면 좋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회 환노위는 최저임금위 제도개선TF 안을 바탕으로 1개월 단위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주로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1호공약으로 업종별 차등적용 등 최저임금 공약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지방선거 직후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극적 타결을 이룰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기한은 다음달 29일로, 전례를 살펴봐도 아무리 늦어도 오는 7월 16일 이전까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론을 내려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만에 하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국회가 개정하지 못한 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다가올 경우 최임위 안에서는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산입범위 개정을 감안해 인상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노동자위원은 물론, 이번에 교체된 공익위원 대부분이 진보성향을 띄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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