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졌지만' 韓 탁구는 27년 만에 한반도기를 얻었다

'또 만나요' 남북한 탁구 여자 단일팀이 4일(현지 시각)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일본과 4강전을 마친 뒤 한반도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스웨덴=대한탁구협회)
4일(현지 시각)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여자 4강전. 전날 8강전 맞대결 대신 전격 성사된 남북한 단일팀과 일본이 맞붙었다.

한국 5명, 북한 4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이날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양하은(대한항공)과 북한 김송이 등 3명이 출전했다. 안재형 한국 감독과 김진명 북한 감독이 고심 끝에 고른 카드였다. 서효원(렛츠런)의 세계 랭킹이 12위로 가장 높았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송이가 같은 수비형이라 빠졌다.

김송이는 과연 선전을 펼쳤다. 일본 에이스 이시카와 가스미(세계 랭킹 3위)를 매치포인트까지 몰아붙였다. 남북한 선수들이 모두 앉은 벤치는 김송이가 득점할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응원했고, 실수했을 때도 "힘내, 괜찮아"라고 격려했다. 관중석에서도 한 외국인이 'One Korea, One Table(하나의 한국, 하나의 탁구)'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뜨겁게 성원했다.


다만 노련한 이시카와가 세트스코어 1-2에서 4, 5세트를 모두 듀스 끝에 따내는 저력을 보이며 김송이는 2-3 패배를 안았다. 5세트 14-13으로 앞선 상황에서 3점을 내리 뺏긴 게 아쉬웠다. 전지희와 양하은도 각각 1, 3단식에서 지면서 단일팀은 0-3 패배로 결승행이 좌절됐다. 김송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이니까 잘하려는 욕망도 강하고 팀에 유익한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좀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탁구는 지난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스포츠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이뤘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현정화와 북한 리분희 등을 앞세워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했다. 당시 스토리는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기도 했다.

일본과 세계선수권 4강전을 마친 뒤 서로 끌어안으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는 남북한 여자 대표팀 선수들.(스웨덴=대한탁구협회)
올해 단일팀도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 대표팀은 2012년 도르트문트 대회 이후 6년 만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북한 대표팀도 2회 연속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3, 4위 결정전이 없어 준결승 진출팀은 동메달을 확보한다.

무엇보다 뜨거운 동료애를 확인했다. 경기 후에도 단일팀 선수들은 그대로 경기장에 남아 어깨를 걸고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했다. ITTF가 준비한 대형 한반도기에 이름을 적어 넣었고, 각자 받은 소형 한반도기에도 모두 이름을 써서 나눠 가졌다. 북한 김송이는 한국 유은총(포스코에너지)에게 '김송이 바보, 유은총 언니'라고 적었다. 전날 훈련 때 유은총은 김송이를 이긴 뒤 "바보"라며 놀렸다.

북한 김남해는 서효원을 뒤에서 껴안았고, 유은총은 김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북한 차효심이 "(헤어지는 게) 서운하다"고 하자 유은총은 "이제 떨어지게 돼 아쉽지만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 "또 볼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따라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이 논의 중이다. 탁구는 농구, 카누 등과 함께 단일팀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월 북한 평양오픈에 사상 첫 출전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후 안재형 감독은 "선수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줬다"면서 "두 번째 단식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함께 훈련하면 전력이 상승해서 일본과 중국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진명 감독도 "아쉽지만 다들 잘했다"면서 "모두 고생 많았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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