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서비스지회)는 오는 26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첫 노사교섭을 진행하며 상견례를 가진다.
이로서 1938년 개업 이래 80년 삼성 역사의 불문율로 여겨졌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사실상 폐기된다.
그동안 서비스지회는 5년 넘게 원청 삼성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최종범, 염호석 등 2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한 대립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 6천여건을 발견해 수사에 돌입하는 변수가 발생했고, 삼성의 노조 대응 방식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도 거세졌다.
결국 삼성은 지난 13일 노조와 대화를 시작한 지 나흘 만인 17일 직접고용에 합의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서비스지회는 삼성 그룹 최대 노조의 위상을 확보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 그룹이 직접 나서서 방대한 분량의 문건까지 작성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서비스지회가 오랜 기간 노조를 지켜온 열매가 열린 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곽형수 수석부지회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300여명이 추가로 노조에 가입해 현재 조합원 규모는 1천여명에 육박한다"며 "현재도 노조 가입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도 일부 센터의 팀장, 사장이 '노조 가입은 성급할 수 있다'며 만류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상황인만큼 쉽사리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신중히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도 최초의 삼성내 정규직 노조인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와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노조,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노조 등 8개의 노조가 있지만 회사가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지회의 경우 지난해 10월 다수 노조 지위를 획득해 교섭권한을 가졌지만, 사측이 다른 노조와 개별교섭을 허용한데다 정작 웰스토리지회에 대해서는 경총에 교섭 권한을 위임한 바람에 사측과 직접교섭에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서비스지회의 삼성 '입성'으로 다른 계열사에도 '무노조 경영'이 아닌 '노사 상생 경영'의 신호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본사 출신과 협력업체 비정규직 출신을 구분하거나,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따로 대우할 경우 정규직 전환 작업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전례 없이 '전광석화'로 이뤄진 직접고용 결정으로 일거리를 잃은 기존 협력 업체들에 대한 보상 대책 역시 교섭과는 별도로 삼성 측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과정에서도 계약해지를 앞둔 협력업체들의 거센 반발이 노사교섭 과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전례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사교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더라도 과제가 남는다. 비록 과거처럼 노골적인 노조 활동 탄압이나 노조 탈퇴 압박을 가하지 않더라도 복수노조 제도 등 간접적으로 서비스지회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당면 목표를 이루면서 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기존과 같은 수위의 대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곽 부지회장은 "그동안에도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며 비단 개별 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 투쟁을 벌였다"며 "앞으로도 삼성을 바로잡기 위해 다른 계열사를 포함해 노조 조직화와 사회적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교섭을 시작으로 이제야말로 더 나은 노동조건과 임금조건을 확보할 때"라며 "노조 밖의 노동자들도 서비스지회와 함께 하면서 교섭력을 키운다면 노동조건도, 삼성도,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