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김서진 상무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암흑 속에서 빛을 보는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급반전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당초 예상보다 빨리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희망이다.
개성공단에서 여성 속옷을 생산했던 업체 영이너폼의 이종덕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변화가 북에서 일고 있는 것 같다"면서 "뭔가 벅찬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우선 관심은 다음주 정부의 방북 승인 여부다. 개성공단기업들은 시설 점검과 노후화 대책 마련을 위해 오는 12일 방북을 승인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 제조업체를 운영했던 나인모드의 옥성석 대표는 "이번 방북은 시설 점검차 가는 것"이라며 "점검 갔다왔다고 해서 공단이 가동되는 것도 아닌 만큼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남북관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개성공단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연관된 것이어서 남북한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오는 12일 방북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개성공단기업들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 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3차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차례 방북 신청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기업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 상무는 "12일이라는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굉장히 유동적인 만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방북이) 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인모드 옥 대표도 "당장 개성공단을 재개하러 가자는게 아니고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많지만 지금같은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논평을 통해 남북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한데 대해 환영한다며 개성공단 재개가 당장 가시권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큰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그러면서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영이너폼 이 대표는 "개성공단을 순수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언젠가 재가동이 필요하다"면서 "인건비와 물류, 시간 비용, 특히 동일 언어 사용 등을 고려하면 개성공단은 진짜 수익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나인모드 옥 대표는 만약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다시 입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지난해 여론조사를 해보니 92% 이상의 입주기업이 재입주의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옥 대표는 다만 "박근혜 정부처럼 말 한마디에 문을 닫는 사태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법과 규정에 의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고 애꿎은 기업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늦더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 속에서 마음 놓고 일하는 것을 원한다"면서 "혹시라도 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경우 실질적 피해를 보상해주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