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 검사를 서울동부지검에 사건 당사자이자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오후 9시 25분쯤까지 11시간 35분 동안 조사를 했다.
서 검사는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앞으로 나오고, 미래의 가해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서 검사 조사 이어 관련자들 차례 조사…민간 상위기구 구성
조사단 측은 서 검사로부터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들었다. 또 이후 있었던 인사 불이익 의혹과 법무부의 감찰 은폐 시도 등에 대한 서 검사 측 입장도 전달 받았다.
서 검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과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 이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단의 소환 요구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서 검사에 대한 장시간 조사나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조 단장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조사단 측은 나름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인이 주도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위원회'를 이날 구성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족될 위원회는 조사단의 '상위기구'로 조사 진행 및 내용에 대해 중간보고를 받고 이를 심의하며, 조사 방향과 범위, 추가조사 등을 권고할 수 있다는 게 조사단 측 설명이다.
◈ 위원회, 조사에선 배제되고 추가조사 등도 '권고'뿐…'셀프수사' 구조 여전
'셀프 조사'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위원회가 조사단의 상위기구라고는 하지만 외부 전문가는 조사 과정 참여나 추가 조사 지시 등 의미 있는 관여에서 배제돼 있다. 지휘를 '받아야' 하는 조사단이 지휘를 '할' 위원회를 꾸리는 등 애초부터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 게 사실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각각 대책위와 조사단·조사위를 꾸리는 것 역시 전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내놓을 생각보다, '보여주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검찰로부터 독립적인 위원회가 상황을 통제하면서 조사단에게 조사를 지시하고 결과를 통해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검찰이 이번 건을 어떻게 다루는 지는 비단 검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인데 이렇게 생색내기 식으로 진행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 단장 폭언과 압력 비망록 … 회의론 폭발 불씨 될까
여기에 조 단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검찰 내부의 비판도 회의론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앞서 조 단장은 물론 박상기 법무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봉욱 차장검사에게 조 단장 사퇴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뒤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임 검사 측은 조 단장이 교체되지 않을 경우 조 단장의 과거 발언을 정리한 비망록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검사는 조 단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보낸 이메일에서 "(조희진 당시 의정부검사장이 심리 상담을 받으라 했던 것을) 검사장 권유라 명시해 병가 결재를 받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며 "소송 증거자료로 쓸 생각으로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가 '검찰 조직문화가 그렇게 후진적인지 놀랍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