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저분한 식탁, 찜찜함 덜고자 시작
- 숭늉 대신 입가심용 된 믹스커피
- '밥 한번 먹자' 약속 꼭 지켜주세요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여러분, 이런 풍경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음식점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로 편안하게 앉죠. 그러고 숟가락, 젓가락을 꺼내서 냅킨을 깔아서 그 위에 올려두고 기다리다가 한 상이 쫙 차려지면 반찬과 찌개는 같이 나누어 먹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밥을 먹을까. 이런 생각 해 본 적 있으세요?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이라서 왜 그러냐라고 물으면 딱히 대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음식인문학자가 이러한 우리 습관들에 대한 답을 엮어서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제목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제목부터 흥미롭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연결을 해 보죠. 주영하 교수님, 안녕하세요?
◆ 주영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책 제목이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입니다. 한국인의 식습관 어떤 점에 주목해서 이렇게 책까지 쓰신 거예요?
◆ 주영하>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고요. 한국인은 어떻게 왜 이렇게 먹고 있을까에 대한 1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썼다고 할 수 있겠죠.
◇ 김현정> 저는 책을 넘기면서 깜짝깜짝 놀랐어요. 한 번도 왜일까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들. 그 밑에는 이런 것들이 깔려 있구나. 놀랐는데요. (웃음) 우선 첫 번째, 우리 식당에 들어가면 젓가락, 숟가락을 꼭 냅킨을 깔고 그 위에 올려둡니다. 그렇게 안 하고 놓으면 뭔가 허전하고 성의없게 놓는 느낌이고요. 사실은 냅킨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는 건 알면서도 그렇게 하거든요. 왜 이러는 겁니까?
◆ 주영하> 나이 드신 분들은 아마 1970년대는 그런 기억이 없을 거고요. 1990년대 초반 이후에 생긴 거고요. 그 당시에 음식점이 굉장히 많이 증가했고요. 그다음에 외식도 증가했고 그래서 음식점 운영하시는 분들은 자재비도 아껴야 되고 인건비도 아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몰려드는 사람들을 잘 대접하고 잘 정리할 시간적 여유 없이 그냥 식탁을 닦고 깔고 하니까 그걸 본 손님들이 안심이 안 되는 거죠. 집에서는 (냅킨) 안 깔잖아요. 그리고 원래 전통적으로는 수저 받침이 있었죠. 그런데 그런 거 놓고 하기에는 너무 힘드니까 거기에 사람들이 스스로, 손님들이 알아서 그냥 냅킨 깔고 먹으면 깨끗하겠지라고 했던 것이죠.
◆ 주영하> 불행한 자화상입니다.
◇ 김현정> 처음에는 내 앞에서 저렇게 행주로 닦고 그 앞 사람이 지저분하게 먹은 그 식탁의 모습을 본 게 걸려서 깔던 것이 이제는 예의상 그래야 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찜찜한 것.
◆ 주영하> 깨끗해도 그렇게 하죠.
◇ 김현정> 맞아요. 그렇게 정착이 된 거군요. 그러면 '한국인에게 믹스커피는 숭늉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쓰여 있던데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 주영하> 원래 무쇠솥에 밥을 지었잖아요. 밥을 짓고 나서 물 부어서 무쇠솥을 씻는 방식에서 나온 부산물이 숭늉이에요. 그런데 1970년대 중후반부터 일본 사람들이 개발한 전기밥솥이 퍼지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숭늉이 사라졌죠. 일본인들은 숭늉을 안 마시니까요. 그 시기에 마침 국내에서 원래 미군에 납품하던 믹스커피가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합니다. 믹스커피라는 원래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군인용 커피거든요.
◇ 김현정> 그게 우리나라에서 발명한 거 아니에요, 믹스커피가?
◆ 주영하>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그 믹스의 배합을 만든 한 봉지에 넣는 이런 식의 봉지 믹스커피는 한국에서 만든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일회용으로 한 봉지, 한 봉지. 그건 우리나라가 발명한 게 맞는데, 그거 말고 커피 병, 프림 병, 설탕 병. 이렇게 해서 믹스해 먹는 건 우리나라가 원조는 아니죠.
◆ 주영하> 원조가 아니죠. 그런데 숭늉을 마시게 되면 우리가 대개 한국 음식이 짜잖아요. 짠맛의 한국 음식을 먹고 이 숭늉을 마시면 입 속이 아주 개운해져요. 그렇게 숭늉을 구할 수 없는데 마침 믹스커피가 나온 거죠. 믹스커피와 숭늉은 속성이 대개 비슷해서 식후에 먹으면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개운해요. 그래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기한 게 한국의 음식점에 가면 반드시 믹스커피가 있다는 것을 보고 미국의 한 친구는 ‘대한민국은 믹스커피의 제국이다.’라고 이야기 할 정도죠.
◆ 주영하> 사실은 에스프레소형 커피를 50대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마시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웃음) 사실은 숭늉을 좋아했던 분들은 에스프레소 커피에 익숙해지기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밥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술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술 문화. 술을 한잔 받고 나면 꼭 그 잔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건네고 거기에 술을 따라줍니다. 그게 또 우리 술 문화인데 이 술잔 돌리기. 사실은 비위생적이거든요. 언제부터 이랬을까요, 무슨 의미가 담겨 있고?
◆ 주영하> 원래는 조선시대 때 왕하고 같이 관리들이 회식을 할 때 왕이 술을 내려주는 거죠. 그리고 술잔이 특별하게 없던 백성들은 표주박 같은 데서 그냥 마시고 서로 돌려 마셨던 습관이 있는 거고요.
◇ 김현정> 술잔이 없어서, 부족해서?
◆ 주영하> 그렇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처럼 마구 돌리는 것은 1960-70년대 개발 독재 시기에 군대에서 군사적인 요소, 군사 문화라고 할까요. 거기에 더 강화시킨 결과를 가지고 온 거죠.
◇ 김현정> 이건 그러면 사라져야 될 습관이네요, 보니까.
◆ 주영하> 사라져야 될 습관이죠.
◇ 김현정> 그러면 숨도 안 쉬고 한 번에 쭉 들이키는 원샷이요. 이거는 다른 나라도 있습니까, 우리나라만 있습니까?
◆ 주영하> 원샷은 많죠. 많은데 특히 우리 조선시대 선비들은 원샷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정식 파티를 하면 원샷으로 예절을 표하죠.
◇ 김현정> 재미있네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 우리가 몰랐던 습관적으로 했던 것의 뒷 이야기들을 많이 연구하셨는데 우리가 인사처럼 하는 말 있잖아요. ‘밥 한번 먹읍시다, 밥 한번 먹어요.’ 이러고 헤어지는데 사실은 밥 다시 안 먹어요. 이거는 어떻게 자리잡은 문화예요?
◆ 주영하> 저기 중국인들도 그렇고 가난할 때는 먹을 게 없을 때는, 밥 먹었냐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인삿말이죠. 그런데 제가 아는 외국인들 중에서는 이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나면 일주일 내 연락올 줄 알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 김현정> '밥 한 번 먹어요, 언제.' 이렇게 말했으면 연락이 와야 되는데 '왜 연락이 안 오지?' 이렇게. (웃음).
◆ 주영하> 그렇죠. 그래서 책에서 썼는데요.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말은 좋은데 꼭 약속을 지키자.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오늘 참 재미있습니다. 주영하 교수님, 지금 캐나다 계시잖아요. 언제 밥 한번 하시죠, 이런 인사는 건네지 않겠습니다.
◆ 주영하> 제가 여름방학 지나서 돌아가면 그때 꼭 한 끼 하시죠.
◇ 김현정> 오늘 많이 배웠고요. 건강하게 연구 잘하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주영하>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우리가 궁금했던 것들 오늘 풀어주셨어요.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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