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삼성 역사상 '최고 불운 감독' 꼬리표 떼나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부임 첫 시즌 전력 약화와 부상 암초를 만나 혹독한 사령탑 신고식을 치렀던 김한수 삼성 감독.(사진=삼성)
프로야구 삼성 김한수 감독(47)은 그야말로 '라이온즈맨'이다. 지난 1994년 입단 이후 2007년 은퇴까지 '사자 군단'에서만 뛰었고 이후에도 타격 코치로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개인과 팀 성적도 화려했다. 붙박이 3루수로 골든글러브를 6차례나 수상한 김 감독은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KS) 우승과 2005, 06년 2연패에도 기여했다. 코치로서도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작 사령탑에 오른 시점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16시즌 뒤 전임 류중일 현 LG 감독에 이어 라이온즈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2010년대 황금기 이후 창단 첫 9위에 머문 시즌이었다.

삼성 제국의 몰락은 2015년 KS 때부터 시작됐다. 주축 투수 3인방의 해외 도박 파문이 시발점이었다. 임창용(KIA), 윤성환, 안지만 등이 KS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삼성은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던 두산에 우승컵을 내줬다. KBO 사상 첫 5년 연속 우승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더욱 큰 변수는 대주주였다. 2015년 12월 삼성그룹이 운영에서 손을 뗀 야구단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것. 국내 최대이자 세계 굴지의 대기업의 지원으로 프로야구계에서 큰 손으로 군림했던 삼성은 이후 대대적인 투자와 선수단 지원이 쉽지 않게 됐다.


결국 삼성 왕조를 지탱했던 기둥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게 됐다. 2015시즌 뒤 주포 박석민이 NC와 4년 최대 96억 원에 계약했고, 야마이코 나바로도 일본으로 건너갔다. 2016시즌 뒤에는 최형우와 차우찬이 각각 4년 100억 원에 KIA, 9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6시즌 뒤 김한수 감독이 부임한 삼성을 떠나 각각 KIA와 LG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왼쪽)-차우찬.(사진=KIA, LG)
김 감독은 팀을 맡자마자 리그 최고의 4번 타자와 전천후 좌완 에이스를 잃었다. 김 감독의 취임 선물은 4년 65억 원의 잠수함 우규민, 27억 원의 내야수 이원석이었다. 이들도 물론 좋은 선수지만 몸값에서 보듯 리그 정상급은 아니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27경기 7승10패 평균자책점(ERA) 5.21, 이원석은 121경기 타율 2할6푼5리 18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FA(자유계약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삼성은 스토브리그의 강자였다. 2000년 이강철, 김동수(이상 3년 8억 원) 2004년 심정수(60억 원), 박진만(39억 원 · 이상 4년 계약 39억 원) 등 당시 최고의 몸값을 지불하는 공격적인 영입으로 '돈성'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후 외부 FA 영입을 자제했지만 경산볼파크 등 내실 다지기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부임한 시기와 맞물려 모든 환경이 변했다. 그동안 육성했던 핵심 선수들은 이적했고, 야구단 대주주가 바뀌면서 이를 메워줄 외부 선수 영입도 쉽지 않게 됐다. 어떻게 보면 1982년 KBO 출범 이후 사령탑에게 풍족한 지원을 해줬던 삼성 야구단 역사에서 가장 불운한 감독일 수 있다.

지난해는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1선발로 꼽았던 외인 레나도는 11경기만 등판했고, 그나마도 2승3패 ERA 6.80에 그쳤다. 주장 김상수도 시즌 전 발목 부상으로 42경기 출전에 머물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는 등 삼성은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삼성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를 떠나 삼성과 4년 80억 원에 계약한 리그 정상급 포수 강민호.(사진=삼성)
다만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그래도 FA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던 리그 정상급 포수 강민호를 4년 80억 원에 데려왔다. 14년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를 모셔온 구단의 정성이 통했다. 당장 전력 급상승은 무리지만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바랄 수 있다.

여기에 새 구단주 겸 대표이사 사장이 공식 취임했다. 임대기 전 제일기획 사장이다. 임 구단주는 야구단을 제외한 삼성스포츠단을 총괄했던 지난해도 김 감독을 더러 찾아 격려했다. "성적에는 신경쓰지 말고 리빌딩을 제대로 해주라"고 당부했다.

그런 임 구단주가 야구단 수장으로 온 것이다. 임 구단주는 8일 취임식 이후 "당장 우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전년보다 발전하는 모습, 도약하는 삼성을 보여주면 된다"며 긴 호흡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뜻을 드러냈다.

김 감독도 올해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벼르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임 첫 해의 경험도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는 4월부터 꼬이면서 한 게 별로 없었다"면서 "올해는 도약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상 등의 변수만 없다면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선수와 코치 시절 화려한 삼성 제국의 전성기를 누렸던 김한수 감독. 과연 지난해의 암흑기를 넘어 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불운한 삼성 감독'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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