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미국 선물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며 등장하고 나스닥도 선물 거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첫 선을 보인 지난 10일(현지시각)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첫 날 거래에서 3000계약이 발생했고 가격은 1만7810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11일(현지시각)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기대를 뛰어 넘는 데뷔전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예상 만큼 조심스럽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김진화 공동대표는 12일 미국 선물시장 거래에 대해 "성공적이었다"며 "시장에 긍정적인 조짐을 주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주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가 18일(현지시각)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스닥이 내년 상반기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가상화폐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에 진입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보면 가상화폐의 미래가 긍정적일 것 같지만 가상화폐를 둘러싼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데다 국내에서는 정부 규제 방침도 여전해 상황은 유동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관계부처의 논의를 토대로 가상화폐 거래의 조건부 허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시안을 만든 적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 행위로 규제하되 예치금 별도 예치나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마련 등의 조건을 갖추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정부입법한다는 것이다.
시안에 불과한 만큼 거래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법무부 등과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대규모로 자금이 오고 간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금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엿보인다.
다만 정부는 거래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과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우리는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가한다든지, 선물 거래를 도입한다든지 절대 이렇게는 안 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며 "무분별한 투기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자체는 인정할 수 없지만 기왕에 이루어지고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투명한 정보 제공과 사고 발생 때 보상 방법, 거래소 인프라 조건 등의 규제를 하면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홍기훈 교수는 "규제를 하면 투기가 빠진다"며 "거래를 금지하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를 하면 시장이 안정적으로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주식과 달리 수요와 공급, 자금의 흐름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의 특성 때문에 사정을 모르고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발행한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보고 실행하는 투자인데 비해 가상화폐 거래는 자신이 산 가상화폐를 누군가에게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 투기라는 점이다.
취업은 어렵고 국내 예적금 금리는 2%대에 불과한데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국내에서 고위험 고수익 자산을 찾기 힘들어지자 한탕을 노리는 돈이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됐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12일 1800만원에서 1900만원대 사이를 오갔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에는 한 때 2400만원을 넘어섰다 주말에는 1400만원까지 떨어지는 투기적 거래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