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야권…탈당에 지도부 흔들기 내홍 격화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분열 양상, 한국당은 복마전 예고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이어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 사퇴론이 나오는 등 극심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두고 친박계의 반발이 계속돼 야권이 전반적으로 당의 정체성을 두고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안철수에 반기 노골화, 安도 정면 돌파 예고에 긴장감 고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안철수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 의원 9명의 탈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탈당 소식이 들리자마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물밑에서 타진했던 안 대표를 향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신세가 됐다"(박지원 전 대표)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안 대표에 대한 비토 움직임은 국민의당 노선 투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대표가 독일-이스라엘 순방 중에 현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보복'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적폐청산에 적극 동조할 것이냐, 현 정부와 각을 세울 것이냐의 기로에서 벌어지는 인식의 차이가 수면위로 터진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안 대표의 퇴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글이 도는가 하면, 3선의 유성엽 의원도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바이버)에서 안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유 의원은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이라며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게 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분열을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분란만 야기해 놓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해 안 대표의 사퇴를 에둘러 촉구했다.

안 대표도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날 이스라엘 방문중에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적폐청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을 향해서는 "당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며 "저의 당선이 비정상이면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보고계신 건데, 그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란 생각마저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 반패권의 길, 중도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못박아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안 대표가 오는 7일 이스라엘에서 귀국하면 내홍은 더욱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조찬을 통해 당의 진로와 안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양측이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상황"이라며 "탈당이나 분당으로까지 가지는 쉽지 않겠지만, 당분간 내홍은 계속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흔들리는 바른정당 추가 탈당설도 나와, 한국당은 복마전 양상

최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은 9명 탈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121석을 넘겨 제1당이 되기 위해서는 9명 외에도 6명의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바른정당 자강파 내에서도 유승민 의원 중심의 개혁보수파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주축이 된 통합전대파 사이에 감정적 앙금이 쌓여 있어서 연말연초에 추가 이탈 움직임이 생길 수도 있다.

당장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 바른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급받는 경상보조금이 대폭 깎이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권 주자 2명이 이탈한 가운데 이런 상태에서 독자 전당대회를 치를지, 연기할지를 두고도 내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한 한국당 상황도 간단치 않다. 지도부 안에서도 정우택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출당 결정은 일방적 처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친박계 당원 151명은 '박 전 대통령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와 '홍준표 대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각각 제출했다.

김무성계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복당파, 홍준표 대표의 측근들, 그리고 친박계의 삼각 관계도 얼키고 설켜 있다.

일단은 김무성계와 홍준표계가 '친박청산'의 공통 과제로 전략적으로 손을 잡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치적 결이 달라 언제든 긴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친박계는 복당파에 대해 대선 패배와 분당의 책임을 지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과 당직자들의 복당 문제도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사무처 노조는 바른정당 사무처의 복귀 반대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한국당 내부에 '복마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야권의 정치 지형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공천 방식 등에 잡음이생길 수 있어 야권에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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