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85분간 진행된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대화는 문 대통령의 협력 요청에 노동계가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이번 대화에 초청된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는 점 등을 들어 불참하면서, 이번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화' 복원을 꾀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정상급 외빈을 접견하는 '본관 접견실'에서 양대 노총 지도자들과 비공개 환담을 진행하고 문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을 만날 때 선물하기 위해 제작중인 차(茶)를 직접 대접하는 등 "해외 정상급으로 노동계 대표들을 대접 하겠다"며 최대한 예우를 갖출 예정이었다.
만찬 메뉴는 콩나물밥과 추어탕, 가을전어를 준비했다. 추어탕은 노동계의 상징적 존재인 전태일 열사가 즐긴 음식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전어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 대표들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며 "새 정부의 국정목표인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은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고 노동계도 함께 해주시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협력을 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새 정부의 국정 목표를 위해 많은 정책 공약을 했는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이는) 대통령과 정부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부가 함께 해주셔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이고 노동계까지 함께 해주시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오늘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우리 노동자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말씀해주시는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대통령께서 취임하시고 그동안 많이 어려웠던 문제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나 2대 지침 폐기 문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를 밝혀주셨고 노동자들 기본권에 관한 부분도 입장 설명해주셨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정부의 일자리정책과 노동정책 등에 대한 노동계의 협조를 구하고, 특히 양대 노총이 노동계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에 복귀해줄 것을 요청하며 '사회적 대화' 복원을 꾀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지도부는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는 점과 만찬에 참석하는 산별노조와 사업장을 청와대가 개별적으로 초청한 점 등을 들어 청와대에 불참 입장을 통보했고,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생각하여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청와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참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 만남, 이 자리가 많이 기다려졌다. 조금 설레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노동계와의 만남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 조금 초조하기도 했다"고 그간의 심경도 전하면서 "그런데 (어렵게 마련된 만찬 자리에 민주노총이 불참하며) 노동계가 다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건배사를 맡은 김주영 위원장은 "건배사를 제안하라고 해주셨기 때문에 건배를 제안 드리겠다. '노발대발'로 하겠다"며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한편으로는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 한다"고 말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