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판 음서제?…임직원 자녀 채용지원 명단 관리

지원서에 '가족관계 기재불가' 명시하고 '임직원 자녀 채용 현황' 따로 챙겨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주요 고객 자녀 등의 특혜 채용으로 논란이 된 우리은행이 '임직원 자녀 채용 지원 명단'도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나, 임직원 특혜 채용까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신입행원 공채 추천 관련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서류 전형에서 입행지원서상 가족 관계 등을 기재 할 수 없게 돼 있다.

1차 면접은 100%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고 기본 인적 사항 뿐 아니라 자소서 내용 등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지원자의 면접 번호로만 식별한다. 2차 면접에서도 면접관을 일자별로 다르게 하고 지원자도 면접 당일 랜덤으로 조편성을 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서류 지원서에서조차 가족 관계 등을 기재할 수 없게 해놓고, 내부적으로 '임직원 자녀 채용 지원 명단'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은행 관계자가 국정원, 금감원 자녀들의 추천자 명단이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을 인정하는 한편 이에 대해 소명을 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임직원 자녀의 채용 지원 명단도 작성했다"고 밝혔다.

임직원의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자녀가 본사에 지원한 경우, 임직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응시생의 데이터 베이스를 종합해 임직원 자녀 채용 지원 현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측은 심 의원실에 이 명단을 작성한 이유에 대해 "임직원 자녀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자녀가 너무 많이 채용될 경우 감사를 통해 지적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전체 채용 인원의 5%를 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인사팀에서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블라인드 방식의 우리은행 채용 프로세스는 시스템적으로 추천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국정감사 다음날인 18일 오전부터 관련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 요구도 있고 원장도 강하게 추진한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은행 특혜 채용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것"이라면서 "검사 방법과 시기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채용 과정을 검토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검찰에도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특혜 채용이 어느 정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언제부터 추천 명단을 작성했는지, 고위 경영진의 어느 선까지 보고 및 결재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로 뽑으면서 이 가운데 10% 넘는 16명을 금감원이나 국정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우리은행 인사팀 작성 추정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 현황 및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합격자 16명에 대한 청탁 정황으로 보이는 유력인사ㆍ기관과 우리은행의 간부 이름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금감원 전 부원장보 요청'이나 '금감원 요청', '국정원 자녀', '전 행장 지인 자녀’'등의 사례도 있었다. 비고란에는 여신 및 급여이체 등 우리은행과의 고액ㆍ중요 거래내용으로 보이는 사항이 기재돼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보유했던 지분 51.06% 가운데 29.7%를 민간에 매각했지만, 잔여지분 18.52%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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