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겨냥한 적폐론, 보수통합 기회되나

'노무현 책임론' 공방으로 비박·친박 '적과의 동침' 가능성

여권의 '적폐청산' 바람이 이명박(MB) 정권에 다다르면서 보수 야권의 반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MB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여론조작 수사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여당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당시의 적폐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태세다.

보수야권에서는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자칫 이번 국감이 '반(反)문재인' 구호를 앞세운 보수통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 전 대통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증원을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선거 개입 댓글 공작의 정점에 드리워진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부각시킨 셈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이버사의 불법 여론조작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을 떼어두고 생각할 수 없다"며 "수사당국의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MB 국정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 관련자들에 대한 국감 증인 신청도 추진 중이다.

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 야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 전 대통령 탓이 아니라는 논리다.

우원식(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이에 여권이 '망언'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이번에는 홍준표 대표가 나서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의 발언으로 문제를 키우는 건 640만 달러 뇌물 사건의 재수사 문제와 640만 달러 범죄 수익 환수 문제에 귀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으며 진영 간 정쟁 정국으로의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현재로서는 여권도 전 정권 적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수준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면서도 "법적 대응 등 여권의 강경 조치가 계속될 경우에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 요구도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도 진영에서는 안보·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 같은 논쟁은 소모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의 적폐청산론과 한국당의 노무현 전 정권 책임론 모두 잘못됐다는 양비론(兩非論)이다.

다만, 친이계 인사들이 많이 속해있는 바른정당의 기류는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임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은 부글부글 끓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이다.

국감에서 여권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현실화 될 경우, 보수야권에서는 '반문(反文)'을 명분으로 내건 보수통합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여권이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며 "안보 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맞물린 상황이어서 보수진영이 뭉치는 데 당연히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도 보수진영 결집의 중요 변수로 여겨진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 전 대통령이라고 할 말이 없겠느냐. 때가 되면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선거 개입) 정황이나 문건에 대해 확인할 방법도 별로 없다"며 "우리들(측근들) 사이에서도 아직 입장이 정리가 안 됐다"고 혼란스러운 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세부 사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이러쿵 저러쿵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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