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지 하루만이다.
청와대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부결 이후 새 정부 첫 내각 마지막 퍼즐인 박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자, 곧바로 임명·지명철회 결론을 내지 않고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마지노선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놓고 국회 처리 기류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굳이 박 후보자를 먼저 낙마시키면서까지 손해를 볼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깔렸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 표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또 보수야당이 이미 박 후보자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한 마당에 김 후보자 본회의 통과를 박 후보자와 연계하는 등 정치적으로 주고받는 고차방정식을 만들지 않는 상황에서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할 필요도 없다는 상황인식도 깔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야당에서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를 연동하는 것도 아니고 방정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직후 "인사권자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박 후보자 임명 연기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에 대한 정책적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업무능력이 결여됐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국회의 청문보고서 결과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감추지 않았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 역시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분간이라는 말은 하루, 이틀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분위기는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이달 28일에나 열릴 수 있는 만큼, 야당에 김 후보자의 본회의 통과를 압박하는 한편 최근 인사문제에서 불거진 국회-청와대 대치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 것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3박5일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순방길에 오르기 때문에 결국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는 다음주말 이후까지로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오는 24일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다음 주 본회의 개최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