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그러나 짧은 시간였지만 업계 현안과 관련한 박 후보자의 답변 등을 살펴볼 때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정책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중소기업계 현안과 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때로는 엉뚱한 답변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박 후보자에 대한 자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면서도 "청문회 내내 답답해서 한숨만 나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보자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박 후보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타격 정도를 묻는 정우택 의원의 질문에 "일자리가 조금 줄어들 수 있고 폐업이나 외국으로 기업을 옮길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인천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저임금으로 일자리가 조금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뿌리산업인 국내 금형 업체의 경쟁력을 묻는 이훈 의원의 질문에 "기술"이라고 답변했다가 "금형의 경쟁력은 납기에 있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금형업계는 납기를 맞춤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 논의중인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늦추고 예외 조항을 인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정책 대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송기헌 의원의 질의에 "직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또 송 의원이 "일감 몰아주기의 해법이 무엇이냐"고 거듭 묻자 "질문을 잘 모르겠다"면서 말을 흐렸다.
소상공인의 폐업에 관한 해법을 묻는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는 "소상공인 경쟁을 낮춰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유 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해 힘있는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부처간 업무와 기능 조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묻는 어기구 의원의 질문에는 "큰 원칙과 비전이 있으면 (부처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결국 장병완 산자중기위원장의 추가 설명을 들어야 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벤처 분야에서도 기대했던 만큼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이 2개 밖에 없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박정 의원의 질문에 박 후보자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정책과 관련한 박 후보자의 답변이 지나치게 짧거나 원론에 그치자 의원들은 잇따라 '전문가적인 견해'를 요청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그 이상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여러차례 의원들로부터 업계 현실에 대한 설명을 거꾸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출범한 것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수장의 역량이 그 만큼 중요하다"며 애둘러 박 후보자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기부가 장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장관 임명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