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달 말까지" 사드 독촉에 靑 대책부심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부 이견(異見) 감지

미국 사드 포대 발사 장면. (사진=자료사진)
청와대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한 가운데 배치 시점을 놓고 한미간 묘한 긴장감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청와대 내에서도 사드배치 시기를 둘러싸고 일부 이견이 감지되는 등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 美 "이달말까지 사드배치 완료?" 靑 "답할 수 있는 내용 아냐"

방아쇠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겼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국당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이달 30일까지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당장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같은 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사드 임시 배치가 조만간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완료 시점이 (연내보다는) 빨리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실제로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는지 여부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추가 배치 시기가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밤 북한이 화성-14형 ICBM을 발사하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 때부터 한미간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특히 이르면 28일 환경부가 성주 사드기지에 대한 전자파 측정치·동식물에 미치는 영향·미세먼지 등을 포함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점도 이달 내 배치완료 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최근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결정권을 쥔 핵심 3인방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과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등이 방한한 것도 사드 조기 배치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 靑, 추가 배치 시점 놓고 고심에 고심 거듭


이달 30일까지 사드 4기 추가 배치를 완료해달라고 미국이 요구했다는 이 의원의 발언에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현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 (사드 4기 배치) 일정을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사드 임시 배치 기한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간 긴밀한 일정 조율 중에 있는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문제는 청와대 내부에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놓고 사드 임시 배치 시점에 대해 일부 이견(異見)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감안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비서실과 안보실 사이에 배치 시기를 둘러싼 의견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차의 배경에는 말이 임시 배치이지 한번 사드를 배치하면 이를 되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중국의 거센 반발도 감안해야한다는 현실론도 작용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되면 되돌리기는 힘들지 않느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 많이 어렵다. 그래도 한미간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미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맞다"며 "한국에 사는 수십만명의 미국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우리가 초반에 사드 배치의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 만큼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드 배치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경제 보복조치에 나선 것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중국 측과 아무런 논의 없이 사드 배치를 서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큰 배신감을 토로했고, 그나마 최근 한중수교 25주년을 기점으로 상대국 행사에 상호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면서 무르익는 화해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는데. 막상 한반도에 들어온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까지 완료할 경우, 대(對)중국 레버리지도 없어진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해 중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사드 추가 배치 시기를 놓고 미국측과 긴밀하게 협의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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