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선호 여부를 떠나 수급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길가에서 토스트를 판매하던 이모(65) 씨는 "달걀이 토스트의 핵심"이라며 "어디선 달걀을 안 넣고 빵만 구워줘서 판다던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한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5시부터 가판을 여는 이 씨는 빠른 손길로 철판 위 기름기를 닦아내며 "곧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공급이 안 되면 장사 자체를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걀말이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주미경(52) 씨와 한경춘(52) 씨 부부 역시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레 한숨을 쉬었다.
주 씨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라며 "안 그래도 이맘때쯤엔 추석을 앞두고 달걀 값이 오르는데 대형마트에서도 달걀 판매를 아예 중단하면서 가격대가 더 오를 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판매가 조금씩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공급이 불안해지는 것 역시 문제다. 주 씨는 "평소 주문하는 양에서 10판 정도는 부족할 거라더라"며 "예전엔 한 군데서 거래 했다면, 이젠 서너군데 정도와 거래를 해야만 달걀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 역시 큰 고민거리다. 한 씨는 "다른 김밥 가게들도 그렇지만, 여긴 달걀말이 김밥 전문점이다보니 더욱 타격이 크다"며 "가격이 오르는데 손님들이 반응도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보통 목요일에서 금요일 사이에 중간 유통업자로부터 달걀을 공급받는다는 이 씨는 "전날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유통해주는 쪽에서도 아무 것도 받지 못해 수량이 없다며 저녁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며 "당황스럽지만 그렇다고 아무 계란이나 사서 쓸 순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함을 표했다.
이처럼 주 판매 음식에 달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음식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달걀이 ‘부가서비스’인 가게 역시 예상치 못한 파동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멸치국수 가게에서 육수가 우러나는 불판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김승호(36) 씨는 "뉴스를 보니까 얘기가 심각하더라"며 "저부터가 찜찜해져 당분간은 자체적으로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가게에서는 삶은 달걀을 개당 500원에 따로 팔고 있는데 손님들부터가 기피한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그래도 미리 사놓은 달걀들까진 판매할 예정이었는데 내놔도 손님들이 손을 잘 대지 않아 오히려 버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정식 백반집을 운영하는 박노기(47) 씨는 "순두부찌개 같은 메뉴엔 달걀을 넣어드릴지 말지를 손님들한테 묻고, 밑반찬에 포함된 달걀말이는 이번 주부터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검사 절차가 3일 정도는 걸린다고 하니 기다릴 뿐"이라고 밝혔다.
달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대형마트에선 아예 판매를 안 하고 재래시장에도 몇 군데 판매하지 않더라"며 "기존 거래처뿐만 아니라 다른 거래처에까지 묻고 물어 구입했는데, 예전에 3판 구입하던 걸 지금은 1판밖에 못 산다"고 말했다.
그나마 '메인'이 아니라 다행이란 게 박 씨의 설명이다. 박 씨는 "농장이나 달걀판매자들이 말하는 애로사항은 훨씬 많다더라"며 "지난 번 AI 때부터 문제가 참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