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강력한 대미(對美) 메시지 던졌다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미국 동참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주변 긴장수위를 낮추고,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특히 최근 북한과 미국이 전면전(戰)도 불사하겠다는 듯 '말폭탄'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 북한에 도발 중단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도 한국 동의 없는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는 대미(對美)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사는 대한민국 대통령 연중 연설 가운데 가장 비중 있고 엄중한 연설인 동시에, 향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정철학이 담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대내외에 다시 한 번 천명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북한과 미국이 '괌 포위사격', '군사적 옵션 장전 완료' 등 상호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외교적 북핵 해결이라는 프로세스를 북한은 물론 미국에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번 경축사에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함께 군사적 옵션 카드까지 검토하며 대북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는 미국 내 매파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분명한 신호'를 던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도발에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으로 대응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을 제외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직접 전달한 셈이다.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대한민국의 동의 없는 군사적 충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읽힌다.

현재 뿐 아니라 향후 북핵 해결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돌출될 수 있는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에서도 미국의 선제타격 등 일방적 군사행동은 안 된다는 선언적 내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말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달 초 독일 '신베를린 구상'에서 강조한 운전자론(論)을 다시 꺼내들고, 결국 한반도 평화 해결의 주체는 한국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 셈이다.

동맹인 미국을 향해서는 다소 강한 표현이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언급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 노력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서도 즉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북한을 향해 대화테이블로 나오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지만,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경우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남북 간 경제 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신 베를린 구상'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이어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다시 한 번 북한에 제안한다"며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민간교류 협력과 인도적 문제 해결로부터 대화의 물꼬를 트자고 제안한 셈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