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문재인 정부, 왜 보유세 인상을 유보하는 걸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부동산의 핵심인 보유세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부동산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왜 보유세 인상을 유보하는 걸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3일부터 서울, 경기도 과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 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재건축·재개발 지위 양도가 대폭 제한된다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하겠다는 거냐? 안 하겠다는 거냐?

= 가장 주목할 점은 당정청 관계자 누구도 '보유세 인상을 하지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아마 많은 검토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을 시행한 이후에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보고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다"고 답했다.

김태년 더불어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보유세가 갖는 속성을 정부가 잘 이해하고 있고,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보유세를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면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게 당정청 고위관계자들의 말이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언젠가는 보유세를 인상한다는 얘긴데 그게 언제쯤일까?

= 그 시기를 성급하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양도세 중과세가 적용되는 내년 4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세 방침에도 불구하고 다주택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을 경우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8.2 대책의 추이를 보면서 보유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는 내년 상반기쯤이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당정청 관계자들은 인상시기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들이다.

김현미 장관에게 보유세는 언제쯤 적용하게 되냐?고 물었더니 "아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김수현 수석은 "일부에선 '종부세는 시장 상황 더 나빠지면 시행하는 것이냐?. 또 이러다가 슬쩍 인상하는 것이냐?' 등등의 예측이 있지만 어떤 경우도 예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정부에서는 왜 이렇게 보유세 인상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냐?

= 첫 번째는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김태년 의장은 2일 '보유세도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책을 발표했는데 하루 만에 추가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택의 자가보유율을 늘리는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수석은 "현재 강남권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면서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입장에서 8.2 대책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유세 인상시기를 조율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보유세 인상은 단기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확실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남근 변호사는 "보유세를 단기적인 집값을 잡는 투기를 잠재우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부동산 조세정의 차원에서 계속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으로 해야지 그걸 단기적으로 크게 급등시켜서 과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급된 주택은 실수요자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단기 처방이 아닌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세 번째는 보유세는 부동산 가격 급등지역 뿐아니라 전국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인상하면 종부세 부과대상이 되는 서울의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지역이 주로 적용대상이 되겠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적용을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일부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이뤄저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재산과세 수준이 적절한지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이 적절한지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참여정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 도입으로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에 빠지면서 선거마다 패배했고 결국 정권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참여정부의 트라우마가 있는 게 사실일 것"이라면서 "정치적 논쟁을 벌이다 패배한 추억이 있어서 다시 또 보유세 인상을 꺼내들면 그런 프레임에 갇혀서 엉망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수석도 "왜 보유세를 안 올리느냐. 왜 종부세 안 하느냐. 아니 겁을 먹었나. 종부세 트라우마가 있지 않느냐고 한다"며 시중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유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앞으로 거래세 보다는 보유세 중심의 조세정책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보유세보다는 거래세에 치중돼 있다보니까 다주택보유자가 많은 지도 모른다.

행정자치부의 2016 지방세통계연감을 보면, 지난 2015년 한해 부동산 보유세(토지, 건물, 주택 합산)로 거둬들인 세금은 9조5683억2038만 원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취득세로 걷은 세금은 16조8053억5822만 원으로 보유세보다 7조 원가량 많았다. 거래세가 보유세의 배가까이 되는 구조다.

이 구조를 역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싸고 부동산 세금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구조"라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서민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고가부동산과 투기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고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공급은 늘고 있는데 집을 가진 사람이 또 집을 사들여 자가보유율이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거래세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거래세는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면 세수가 줄어드는 '일회성' 성격인 반면 보유세는 지속적으로 징수되는 세금인 만큼 세수에도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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