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작거부 나선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PD수첩' 제작중단에 나선 PD들이 피케팅을 벌였다. 사진은 이영백 PD (사진=이한형 기자)
MBC 'PD수첩' PD들(제작 PD 11명 중 10명)이 일상화된 아이템 검열과 묵살에 항의하며 제작을 중단한 가운데, MBC가 PD들에 대한 징계를 시작했다.


MBC는 오늘(26일)자로 제작거부에 나선 PD들 중 이영백 PD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PD는 26일부터 오는 9월 25일까지 2개월 간 시사제작국 사무실에서 대기발령을 수행해야 한다.

이 PD는 이번 'PD수첩' 제작중단의 결정적 계기가 된 8월 1일 아이템을 발제한 주인공이다. 제작진 가운데 가장 선임PD인 이 PD는 지난 2014년 10월 14일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이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비판 방송을 낸 후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나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올해 4월 부당전보 판결을 받고 복귀한 그는 지난달 30일, 어설픈 기계적 중립 대신 분명한 관점을 제시해 호평 받은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PD는 '한상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라는 제목 아래, 국회의원의 급식 노동자 비하발언,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한 집배원 자살과 버스기사의 졸음운전 사고 등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다루려 했다.

하지만 시사제작국 간부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인 PD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위원장을 아이템으로 삼는 것은 편향적일 수 있다며 아이템을 불허했다. 'PD수첩' PD들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거듭된 제작자율성 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21일 오후 6시부로 제작을 중단한 바 있다.

MBC는 강경한 입장이다. 제작중단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PD들에게 있고 이에 따라 엄격한 사규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MBC는 이 PD에게 대기발령을 내린 직후 입장을 내어 "회사는 특정 정파나 집단에 경도되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며 "제작거부라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PD수첩 일부 제작진에 대해 다시 한 번 권고한다. 즉각 업무에 복귀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잘 조명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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