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성원들을 둘러싼 '막말·극우·친일' 3대 논란은 막 출발한 혁신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홍 대표도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여명 혁신위원, 막말 논란…"바른정당은 개XX"
여명 혁신위원은 혁신위 최연소(26세) 인사로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탄핵 국면에서 친박(親朴)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탄핵 찬성파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여 위원은 지난 1월 한국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회주의, 보수의 이름으로 보수를 죽이고 있는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당이 그 이름도 해괴한 개혁보수 신당, 바른정당"이라며 "저는 이 분들을 주인을 문 개XX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람들은 선거철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재선이며 3선이며, 무슨 무슨 위원장을 한 인간들"이라며 "개처럼 굴어서 의원직을 따냈으면 그들이 개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위원 인선이 바른정당 복당파와의 당내 화합은 물론, 향후 보수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류석춘 이어 김영호도 '친일' 논란
김 위원은 '근현대사와 국제관계'라는 제목의 계간지 '시대정신' 기고문에서 우선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조되는 이론인 '내재적 발전론'을 부정했다. 그는 "국제정치적으로 조선이 전통적 중화질서 하에 놓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근대화의 길로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재적 발전론'은 검증되지 않은 역사적 가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식민지 근대화론자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주장에서 따온 것이다.
김 위원은 이어 일제의 식민통치를 "폭력적 억압 체제"라고 규정하면서도 "(이 체제 하에서) 우리 민족은 일본의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근대문명을 학습해 미래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사회적 능력’을 두텁게 축적해 나갔다"고 밝혔다.
김 위원의 주장은 2008년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에 표현만 살짝 바뀌어 실렸다. 교과서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해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 체제였다"며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라는 내용이 담겼고, 친일사관에 의해 쓰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은 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고,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인물도 대표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분류되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김 위원을 혁신위로 영입한 류석춘 위원장도 지난해 아산서평모임 토론문에서 ‘식민지배의 다양성과 탈식민지의 전개’라는 본인의 논문이 "그러한 주장(식민지 근대화론)에 힘을 보태왔다"고 자평했다.
◇ 반탄핵·역사관과 맞닿은 '류석춘 혁신위' 극우 논란
반(反)탄핵 막말과 역사관 문제는 혁신위의 정체성이 '극우'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극우에 대해 "일본의 군국주의, 이탈리아의 파시즘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우편향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이 과거 사무총장을 맡았던 아시아연구기금은 일본 A급 전범이 세운 재단의 출자 기금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점도 뒤늦게 도마에 오르며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류 위원장과 관련해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 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고 밝혔지만, 당은 오히려 '추경 반대'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장 의원에 대한 징계 카드를 검토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24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외롭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당의 노선 문제, 가치문제와 관련해선 징계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