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독일 통일의 역사 현장 베를린에서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대한민국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이 설명한 5가지 대북 정책 방향 중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평화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면서 핵 무력의 포기를 촉구했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의 실현 구상은 결국 북한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오는 10월 4일 추석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지, 남북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은 당초 북한의 ICBM 도발로 매우 강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매우 강력한 대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은 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통해 한국은 빼고 미국만을 상대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을 차단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구상을 적극 제기해 논의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보다 더 엄중한 제재와 압박을 북한에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인 해법은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 폐기 논의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이 시기에 이 특별한 장소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는 것은 바로 그 이유(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ICBM 개발 등 핵 무력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대화를 한다고 해도 그 이후 될 것이고, 문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바로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가장 좋은 시기라는 점을 강조 한다"며, "점점 더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른 지금,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