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3명이 뛴 경선에서 65.8%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2~3위인 원유철‧신상진 의원이 단일화했어도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8월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던 이정현 전 대표의 득표율 40.9%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쏠림 현상은 더 뚜렷했다.
경선 표심 분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홍 대표가 전체 70% 비중을 차지한 당원 투표에서 72.8%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반면 30% 반영되는 여론조사에선 49.4% 득표에 그쳤다. 민심보다 당심(黨心)이 홍 대표를 전폭 지원함 셈이다.
반면 홍 대표와 경쟁‧갈등 관계를 노출했던 친박계는 몰락 조짐이 감지된다. 일단 친박 대표로 나선 원 의원이 23%를 받는데 그쳤다. 그나마 원 의원은 친박 핵심 중진도 아니다. 유기준‧홍문종(4선) 의원 핵심 중진들이 불출마하면서 차기 원내대표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표심을 감안하면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런 결과는 당내 성골인 대구‧경북(TK)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대선 과정 TK에 주력했던 홍 대표를 비롯해 이철우(3선‧경북 김천)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 3명이 지역 기반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러나 친박계이면서 PK 출신인 박맹우(재선‧울산 남을)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TK가 계파 대신 지역을 택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당초 당내에선 홍 대표가 당권을 쥐고 친박을 공격하면 친박계가 탈당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TK를 기반으로 독자 세력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TK는 친박보다 홍 대표를 택했다.
홍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대구에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는 등 지역 공략에 공을 들인 것도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TK에서 친박을 갈라 친 홍 대표의 전략도 먹혔다.
향후 당내 권력은 '친홍(親洪)'으로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철우 최고위원은 대선 당시 사무총장을 역임한 친홍 성향이고, 류여해‧이재만 최고위원도 신(新) 친홍이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당 대 당 통합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원외 인사보다 당협에서 우선권을 갖는 관례에 따라 합당이 되면 유 의원과 이 대표에게 지역구를 빼앗기는 이‧류 최고위원으로선 통합에 찬성하기 어렵다. 통합보다 흡수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당초 범(凡)보수 진영에선 최근 ‘대선 증거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당이 분열될 경우 이들과 바른정당이 합치고, 친박이 이탈한 한국당과 재차 결합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전대로 확인된 한국당의 당심은 친박의 탈당 및 독자 세력화에 반대하며, 동시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가 뭉쳐 현(現) 여권과 경쟁하라는 얘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