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학과·단과대학 명칭을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주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어문계열에 강점을 보여온 한국외대는 내년 1월부터 '영어학과'의 명칭을 'ELLT학과'(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로 변경한다.
실용영어교육과 이론 영어학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과정에 언어공학 분야를 도입해 인문학적 어문학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단순히 학과명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공학으로 분류되는 언어공학(컴퓨터 언어 처리법 등)을 배우는 교육과정이 추가된다.
외대 관계자는 "데이터가 핵심인 언어학의 연구방법은 4차산업의 화두인 인공지능과 연계시킬 수 있다"며 "학생들의 IT 기업 취업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외대는 또 단과대학인 '동양어대학'도 올해 2학기부터 '아시아언어문화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몽골어과 등으로 구성된 동양어대학이 이름을 바꾸는 것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언어를 넘어서 문화까지 아우른다는 의미를 담겠다는 취지다.
경희대는 2018년 소프트웨어융합 교육을 위한 단과대학을 신설한다. 현재 전자정보대학에 포함된 '소프트웨어융합학과'가 별도의 단과대학으로 독립한다.
이 대학은 올해 초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 적용할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하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신설한데 이어 규모를 더욱 키운다.
고려대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자 대학캠퍼스 명칭을 '안암캠퍼스'에서 '서울캠퍼스'로 바꾸기도 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공과대학에 속한 '토목공학과'의 명칭을 '인프라시스템공학과'로 바꿨다. 토목공학이 도로·항만 건설 등 다양한 사회기반시설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게 이 대학의 설명이다.
건국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공학 등을 주로 다루는 'KU융합과학기술원'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곳에 미래에너지공학과, 스마트운행체공학과, 스마트ICT융합공학과 등 8개 학과를 만들어 전통적인 공과대학을 벗어난 미래 유망분야를 연구할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학과를 통합해 단과대를 출범시킨 사례도 있다. 한양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전공과 컴퓨터 전공으로 나뉜 두 학과를 통합해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를 만들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학교육도 융·복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 교육과정이 기업의 인재상에 따라 바뀌면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신 산업 트렌드에 따라 학과명을 바꾸는 게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 학부모로서는 학과 이름만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잘 모를 수 있다는 비판도 종종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어려운 이름보다는 다소 구식이어도 직관적인 이름이 더 알기 쉽다"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융합', '시스템' 등을 떼어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