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29일 새벽5시) 버지니아주 미 해병대 박물관 내에 위치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뒤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진호 전투는 6·25 당시 미 해병대를 포함해 유엔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전투로 한미 군사 혈맹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이 해외 첫 순방지인 미국에서 첫 행사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택한 데는 한미 관계가 피로 맺어진 혈맹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을 향해 한미 군사동맹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전(戰)이 발발한 1950년 11월 3·8선을 넘어 북진하던 미 해병1사단은 북한의 임시 수도인 강계 지역에 대한 점령 작전 중 장진호 부근에서 중국군 7개 사단에 포위돼 전멸 위기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흥남으로 철수했다.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3000여명이 전사했고 9000여명이 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미군들이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였다"며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 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미군은 전투에서 패했지만 2주 넘게 중공군의 흥남 진입을 지연시켰고, 문 대통령 부모를 포함한 10만여 명의 피난민들은 일명 '흥남철수' 작전을 통해 부산과 거제 등으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특히 장진호 전투 이후 흥남철수 과정에서 미 군함은 물론 메러디스 빅토리호 등의 상선들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피난시켜 비록 전투에는 패배했지만 인도주의적 작전으로 전세계 전사(戰史)에 기록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과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 글린 워터스 해병대 부사령관 등 행정부 인사와 현역 군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흥남 철수 작전 시 맥아더 사령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피난민 승선을 지시한 알몬드 장군의 외손자 토머스 퍼거슨 대령도 참석했다.
또 장진호 전투에 이병으로 참전했던 옴스테드 장군과 흥남 철수 과정에서 피난민 1만4000여명의 생명을 구한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였던 루니 제독도 모습을 나타냈다.
전세계 미군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조지프 던포드 현 합참의장의 부친 역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고, 던포드 의장은 "내가 해병이 된 것은 장진호 전투의 영향을 받아서다. 지금도 모든 미 해병이 이 전투를 배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장진호 전투는 한미 혈맹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