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아침에 정신 없이 나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몸이 너무 편한 거다. 몸이 너무 편해서 '내가 잠을 잘 잤나?' '컨디션이 좋나?'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때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고, 브라를 안하고 나온 걸 알았다."
그는 "놀라서 '지금 집에 가서 (브라를) 빨라 차고 와야 하나' '아니면 지금 나가서 사 입고 와야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말을 이었다.
"밖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든 상태에서 일을 계속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아무도 모르는 거다. 눈치도 못 채고. '이게 나 혼자만 (주변을) 의식하고 있었구나'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되게 새롭더라. 제가 노브라를 해도 된다는 것이 말이다. 그 이후로는 거의 브래지어는 안했다."
옷이 얇아지는 여름에 겪은 일을 이야기하면서는 "쳐다보고, 위아래로 (훑어)보고, 지하철 이런 데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혀를 차고는 했다"고 전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 성희롱이 제일 걱정된다. 실제로 겪은 적도 있다. 헤픈 여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 상사들이 쳐다보는 것보다, 여자 상사들이 충고처럼 하는 '남자 상사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너에게 안 좋다' '시집 못 간다' 등의 얘기가 더 불편했다."
지현 씨는 "브라를 입은 것이 정상은 아니다. 브라를 하든 안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자기의 선택이라고 본다. (노브라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데뷔 30년 만에 첫 '노브라' 방송 박미선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봉만대는 "(브라를 착용하니까) 어지럽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산소가 부족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며 "많은 여성들이 지금 나와 똑같은 압박을 느끼면서 걸어 다니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여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로 산다는 건 정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영진 역시 "제일 불편한 건 답답함, 압박감이다.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안했으면 좋겠다"며 "브래지어를 볼 때 더 이상 성적인 상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진은 "'노브라'라는 키워드로 SNS를 분석해 보면, 신기하게 '브라'에서는 나오지 않던 '성관계'라는 단어가 나온다"며 "'편하다' 등 여러 이야기도 함께 나오지만, 성관계라는 얘기가 브래지어에서는 나오지 않다가 노브라에서 나온다는 것은 노브라가 사람들에게 있어서 여전히 성적인 코드로 읽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브라 착용은) 예의 문제로 말이 된다"며 "한국 여성들의 브래지어 착용 비율이 97.7%(2009년 한국의류산업학회 보고서)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국민의 97.7%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브라가 문제 되는 것은 여성의 몸 자체가 항시적으로 시선의 대상이 돼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니까 가슴에 뭘 했는지 안했는지, 뭘 입힐지 안 입힐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은하선은 "97%의 여성들이 브라를 착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를 하고 안하고가 여성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선택이든 선택이지 않든, 편하니까 (브라를) 안하는 것뿐인데, 브라를 안하면 뭔가 성적 어필을 하려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자기가 언제든 준비돼 있는, 그런 헤픈 여성으로 본다는 점이 힘들다"고 꼬집었다.
"(여성의 가슴이) 성감대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를 시키는 것이다. 왜 대체 여자의 가슴이냐.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여자들에게 '브라를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너의 가슴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봤자 소용 없다. 여자들은 (한국 사회가) 자신의 가슴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자신이 브라를 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헤픈 여자로 보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 노브라로 임한 MC 박미선은 "데뷔 30년 만에 브라를 안하고 (방송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편하다고 해서 저희가 노브라를 했는데, 진짜 편하다.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송 중반 "제가 오늘 브라를 안했는데, 계속 나도 모르게 움츠리게 된다. 뭔가 불안하다"며 "자유를 얻기 위해 노브라로 나왔지만, 자꾸 움츠러드는 걸 보니까 오랜 습관, 익숙해진 것이 없어지니까 뭔가 불안하고 '티 날까'라는 생각에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미선은 방송 말미 "(노브라가) 굉장히 편하다. 처음에는 되게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가슴을 자꾸 펴게 된다"며 "이것도 언젠가는 우리가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에서 하루빨리 해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