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혐오증' 키운 발목잡기…"현재 구도 국민 대 야당"

"법률 제정으로 민의 받드는, 입법부 본래 역할 외면해 온 결과"

왼쪽부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문재인 정부 내각 인사에 대한 야당의 극렬한 반대가 갓 출범한 새 정부 '발목 잡기' '흠집 내기'로 비쳐지면서, 국민들의 '국회 혐오' 정서를 더욱 키우고 있다.


법률 제정으로 민의를 받드는, 입법기관으로서의 본령을 외면해 온 국회의 일그러진 문화가 빚어낸 촌극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SNS를 중심으로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야 3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k******'는 "야당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함부로 모독하지 말라"라며 "고작 6~8%대의 지지율로 '국민'이란 용어를 기만하는 일은 결국, 위장이 없는 소화작용이나, 동맥과 정맥이 없는 혈액순환이라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 없는 모순"이라고 질타했다.

'@s******'는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국민을 대신해 후보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대답을 듣기 위한 거지, 국회의원 개인의 편향된 성향에 근거에 허락하라는게 아니거든. 왜 자꾸 발목을 잡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현재 구도, 국민 대 야당"(@w******),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국회의원 소환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D*******), "들어라 야당아! 귀 막고 눈 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말고"(@d****)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2******'는 "야당에게 인사청문회는 존재가치를 높일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인사검증을 맡은 야권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야권이 국민의 요구와 괴리된, 인사검증이 아닌 발목잡기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국회 혐오 정서가, 앞으로 있을 권력 구조 개선을 위한 개헌 논의 과정에서의 국회 입지마저 좁게 만드는 분위기다. 국회, 특히 야당이 선호하는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l*****'는 "국회 하는 꼴을 보니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 생각도 하지 말라"라며 "정말 국회의원은 선거를 하지말고 각 직능 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자"고 적었다.

'@K******' 역시 "누군가 이 나라에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거든 고개를 들어 청문회에 나온 야당 의원들을 보게 하라. 저게 한 나라 국회의원 수준인가"라고 꼬집었다.

◇ "국회, 사회적 요구 반영한 입법 과정에서의 선명성 지녀야"

역사가 심용환은 12일 CBS노컷뉴스에 "알다시피 국회 혐오증은 오래된 주제"라며 "우리 역사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입법 행위 자체로 사회적 선명성을 지녔던 예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대통령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여당, 행정부와 싸우는 야당으로서 국회가 위상을 가져 온 것은 박정희 시대의 산물로서 잘못된 정치 문화다. 삼권 분립 원칙 아래 국회의원은 입법 행위에 목적이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나 장관이 돼 행정부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합리성의 회복'에 기인한다고 본다"며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합리성의 회복 차원에서 개혁성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내각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인사에 대해 (야당이) 발목 잡기 식으로 가니까 반대에도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대표적인데, 107석을 갖고 있는 야당은 여당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숨고르기 하면서 정치적 자산을 쌓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발목 잡기를 하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게 국회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야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국회 혐오증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심용환의 진단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SNS 등을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에 많은 국민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는 데는 재벌 개혁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회의 역량은 삼권 분립 안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데 있다. 결국 민의를 수용하면서 그 민의를 법률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 1차 목적이지,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최근 내놓은 책 '헌법의 상상력'(사계절)에서, 각국의 헌법을 살펴보면서 생활에 뿌리내린 우리 헌법의 발전상을 제시한 심용환은 "지금과 같은 국회 혐오 흐름에서는 야당이 선호하는 의원 내각제 등의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에게 권력을 넘겨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각제와 함께 꾸준히 얘기가 나오는 이원집정부제의 경우도, 이를 시행 중인 프랑스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행정권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심용환은 끝으로 "국회가 스스로 위상을 찾고 싶다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입법 과정에서의 선명성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바로 정체성 문제다. 민주당 지지율이 50% 넘게 올라간 것은 좋은 기회이니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위상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대통령 뒤따르면서 지지율 유지하겠다는 여당의 구태적 발상은 더이상 안 먹힌다. 국회의원의 목적은 입법자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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