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가 전통시장의 생닭 판매를 제한하고, 중간 유통상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AI 발생때도 전통시장의 가금류 판매 규제 방안을 검토했으나 9년 동안 미뤄왔다는 점에서 제대로 시행될 지는 의문이다.(관련기사 : 조류인플루엔자 ‘게릴라 전파’ 재현.. 재래시장이 '방역 구멍')
◇ 전통시장 생닭 판매 금지, 단계적 추진 검토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토종닭은 연간 4300만 마리로 이 가운데 65%인 2800만 마리는 도계장을 통해 도축된다고 8일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35%인 1500만 마리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거래 기록조차 없이 유통돼 주로 전통시장 등에서 도축돼 판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업소에서는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도축, 판매돼 국민건강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닭의 보관에 따른 AI 방역관리에도 취약하다"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살아 있는 닭과 오리의 유통을 제한하고 특히, 재래시장에서 도축,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닭과 오리는 소와 돼지처럼 허가된 도축장에서 도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소유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해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다만, 전통시장에서 닭을 취급하는 영세업소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시작돼 이달에 마무리 되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관계부처와 관련업계, 지자체, 소비자단체, 가금산업 관련기관 등과 충분한 협의와 준비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준비과정에서 살아있는 닭을 취급하는 영세상인들의 생활안정과 직업전환 등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모색한 뒤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아있는 닭의 전통시장 유통을 금지하기까지는 상당기간 소요가 예상된다"며 "우선 당장 전통시장에 살아있는 닭을 공급하는 가축거래상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살아있는 닭의 보관시설에 대해 방역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미등록 가축거래상인에 의한 산닭 유통실태 조사를 2년에 1차례씩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해마다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전통시장 가금류 판매시설에 대해 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AI 발병시 규정 위반자에 대한 처분도 강화(징역 1년→3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이번 AI가 재래시장과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 지난번 2008년 AI하고 비슷하다"며 "그 당시에도 재래시장의 생닭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를 여러번 했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 입장에서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형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처럼 AI가 확산될 경우 피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살아 있는 닭의 유통을 금지하고 재래시장에서 도축해서 판매하는 것을 막기만해도 AI는 60~70%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 2008년 AI 발생 당시 52일 동안 전국 19개 시.군에서 10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는 과정에서 재래시장 가금류 판매시설의 폐쇄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든형 식당과 소규모 사육농가, 재래시장 판매상인들이 반발하자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예외 규정을 두고 생닭 판매를 허용해 왔던 게 사실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9년 전에 정부가 과감한 결정을 했다면 이번 처럼 어처구니없는 AI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재래시장에서 생닭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면 깨끗한 환경에서 도축, 판매할 수 있도록 시설개선 명령을 강화하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