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만찬 사건'에서 주고받은 돈 봉투의 출처가 '특수활동비'로 확인되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눈먼 돈', '깜깜이 예산', '쌈짓돈'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특수활동비의 사용 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은 7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만찬 당시 주고받은 돈의 출처는 모두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반은 "법무·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에 대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엄격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수활동비 문제는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의 돈 봉투 출처로 거론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특수활동비는 검찰의 수사나 범죄정보·첩보 수집 활동에 쓰이는 경비를 말한다.
작년 법무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287억원이다. 이 중 대부분을 검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는 우선 법무부 검찰국이 배정받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고, 총장이 각급 검찰청별 인원과 수사 상황 등을 고려해 배분한다.
각급 검사장은 배분받은 특수활동비를 다시 일선 수사 검사들에게 수사활동 비용보전 등 명목으로 지급한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화환과 조화 구입, 비밀을 필요로 하지 않은 수사·조사활동 등의 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집행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규정한다.
또 사용 증빙은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르고, 각 중앙관서의 장은 지침의 취지에 맞게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고 명시했다.
다만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현금을 사용했을 경우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때에만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에선 '수사상 보안'을 이유로 대부분 생략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수사과정에서 보안 유지나 수사 효율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로 여겨지는 면도 있지만, 집행내용이 불투명해 수사비용으로 적절하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달 17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지시를 전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이 원래 용도와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무·검찰이 감찰조사를 계기로 특수활동비 집행 체계의 문제점을 확인한 만큼 조만간 정부 예산 지침의 취지에 맞는 투명성 강화 방안을 검토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