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개략적인 윤곽을 드러낸 만큼 거시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에 대한 한은의 시각이 관심사다. 금통위 직후 있을 이주열 한은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한은의 시각은?
10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비롯한 새정부 재정정책이 한은이 전망한 성장경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은은 보고있는지 관심사다. 재정지출 확대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주도 성장정책과 가계부채 대책 등 새 정부의 역점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이 어떤 형태의 정책조합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 총재의 입장 표명도 기대된다.
금통위원들은 새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과 고용, 가계부채 대책 등과 관련한 정책조합을 고민하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함께 통화정책의 핵심지표로 활용하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인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총재는 지난해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GDP(국내총생산)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새 지표 개발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경제여건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 등으로 GDP가 한나라의 경기상황과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온 점을 감안하면 GDP를 보완할 새로운 지표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경제지표로 물가상승률과 함께 고용지표를 이용하고 있다.
◇ 새 정부와 궁합 맞을 듯
지금까지 드러난 새 정부의 거시정책은 큰 틀에서 한은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재정의 역할강화를 전제로 한다. 당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이 예상되고 이를 위해 10조원의 추경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새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도 재정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현재 연 3% 수준인 재정지출 증가율을 7%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한은도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재정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이주열 총재는 재정정책의 여력이 있고,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의 역할 강화를 조언한 점 등을 들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40%선을 유지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재정정책의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여력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다며 재정의 역할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진 상태에서 금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단행되면서 한은은 추가 금리인하에 큰 부담을 느껴왔다.
장기간의 경기부진 속에 기준금리인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은으로서는 새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은 금리인하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잠재성장률(과도한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시각차가 느껴진다. 이 총재는 그동안 잠재성장률을 확충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긴박한 경우가 아닌 한 가능성이 낮다.
결국 새정부가 추구하는 분배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견조한 경제성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도 결국은 여기에 달려있다.
기존의 대기업중심, 수출 주도형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소득과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정책 조합을 취할지가 거시정책을 책임진 정부와 한은의 과제가 되는 셈이다.
한편 이날 발표될 기준금리는 현행 1.25%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