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교수 "직선제, 민주주의 찾아가는 길"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이화'라고 새겨진 도장을 손등에 찍고 투표소 입구에서 연신 '인증샷'을 남겼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후보자 벽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살펴보는 교수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총장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되면서 학내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대에 재학 중인 2학년 손 모 학생은 "작년에 다 같이 촛불을 밝힌 결과 이번 선거에서 우리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는 민주주의를 찾아 뿌듯하다"면서 "이를 계기로 학내 남아 있는 문제점들도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학과 3학년 김혜린 학생은 "그동안 우리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시위도 많이 했는데 이번 투표가 민주주의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의 연장선인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학과 정혜원 교수는 "정유라 사태로 학교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부분이 있다"며 "이에 많은 교수들이 간선제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직선제로 바꾸기로 해 잘 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총장을 뽑아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대 성악과 1학년 이성은 학생은 "이번에 직접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멀게만 느껴졌던 총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면서 "이번 이대 사태를 계기로 나를 비롯해 학생들도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공학과 1학년 박도연 학생은 "이대에 입학하자마자 직접 총장을 뽑을 수 있는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영광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표율이 높게 나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재경 교수도 "기존에는 소수가 권한을 독점하던 체제였는데 이번 직선제를 계기로 전 구성원들이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회를 학생들이 직접 움직여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직선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여전히 아쉽다" 낮은 학생 반영 비율
이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송혜원 학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회적 반향이 일은 뒤에야 비로소 우리 얘기가 반영된 현실이 한편으로는 서글프다"면서 "앞으로는 평소에도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학과 1학년 이정현 씨는 "정유라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직선제 투표를 하는 것인데 아직도 학생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 아쉽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외부에서도 이대의 변화에 주목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총장은 대학의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는 직위인 만큼 특정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선출되던 전례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보다 완전한 직선제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비중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대 최초의 직선제 총장은 25일 결선투표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총장 선거에는 김혜숙(철학), 강혜련(경영학), 이공주(약학), 김경민(경영학), 김성진(화학·나노과학), 최원자(생명과학), 김은미(국제학), 이향숙(수학) 후보자 등 이대교수 8명이 입후보했고, 이 중 김경민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