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연정책' 시동···北 태도 변화가 관건

文정부 유화 제스처에도 北 대립각···딜레마 빠질 가능성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정부가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의 폭을 확장한다는 기조를 내비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만 북한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일부는 22일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이 교류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단절이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여러 접촉과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대북 접촉을 승인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로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 차례 더 감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와 화합에 더 무게를 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군사 도발에는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민간교류는 이와 분리해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인도주의적 대북 교류부터 시작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천명해 왔다.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도 22일 국회를 방문해 "여러 여건 상 본격적인 대화를 현 단계에서 바로 재개할 수는 없지만 연락통신망, 판문점에서의 핫라인같은 것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이같은 구상을 뒷받침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원론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비정치적, 비군사적 차원의 교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새 정부 들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도발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도발 중단'을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의 입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관건이 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험난하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원칙적으로 대화와 협력은 중요하지만, 북한이 계속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하면 국내 반대여론이나 국제사회의 강경기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상황에 맞춰서 좀더 유연하게 수위 조절을 해 나가야 할텐데,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의 로드맵은 올해 안에 6차 핵실험을 끝내고 비공인 핵보유 국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핵 없이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문호를 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실험을 차단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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