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방 '확률 조작' 없었던 것으로 확인"
인형뽑기방에서 인형을 싹쓸이해 화제를 모은 20대에 대해 경찰이 "절도범이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이 인형뽑기 기계에서 짧은 시간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사건과 관련, 이들을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2월 5일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다음 날 출근한 인형뽑기방 주인이 기계가 텅 빈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인형을 뽑은 20대 2명을 절도 혐의로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경찰은 당시 이들의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처벌 대상이라면 절도인지, 사기인지, 영업방해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낚시터에서 월척을 잡아도 죄냐"며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경찰은 대학 법학과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대전지방경찰청 법률자문단' 자문을 통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률자문단은 이들의 뽑기 실력이 '개인 기술'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인형을 싹쓸이한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집게 힘을 세게 만든 것은 오작동을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집게를 정확한 위치에 놔서 집게가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들 만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집게 강도가 세더라도 집게를 이상한 데 두면 실패하고 말기 때문이다.
이씨 등이 매번 인형뽑기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경찰이 '조이스틱 조작'을 절도로 보지 않은 이유다.
조작으로 인형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때로는 인형이 뽑아지고 때로는 뽑아지지 않는' 소위 '확률게임'으로서 인형뽑기 게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를 "(이들의 조이스틱 조작과 인형뽑기 성공 사이에) 확률이 개입돼 절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정 방식의 조이스틱 조작에도 이씨 등은 1만원 당 12차례 시도해 3∼8차례 성공했다.
경찰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해당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 여부도 조사한 결과,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형 뽑기가 유행하면서 발생한 신종 사건이다 보니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