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회담서 실종된 '사드보복'···장기화 국면 접어들 듯

미국만 바라보던 우리 외교···대선 전까지 갈등 심화 우려

왼쪽부터 펑리위안 여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사진=백악관 제공)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이번 회담이 중국의 '사드보복'을 멈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실망으로 끝맺게 됐다.

현지시간으로 7일 미국 플로리다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과 무역에 대한 입장을 나눴을 뿐 미중, 한중 간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한류콘텐츠는 물론 각종 한국산 상품의 중국 수출이 막히는 등 중국의 사드보복 수위가 점차 심해짐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중국이 경제 보복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뾰족한 묘수 없이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드가 사실상 동북아에서 미국의 MD체제 구축의 한 부분인만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보복 조치를 중단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한 당시 사드보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해결의 계기가 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26명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사드보복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연명서한을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낸 것을 평가하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다각적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에도 제대로 오르지 못한 채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한 렉스틸러슨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의 브리핑에서 사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행사 도중 기자들과 잠시 만났을 때도 관련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간의 중요한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사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의 바람과 달리 사드에는 해법이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논의가 되었더라도 핵심적인 의제로 논의되지 않고 짚고만 넘어간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외교안보 민간 전문가 역시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사드가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G2 국가 간 논의에서 무역이나 안보 등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변곡점이 마련되지 못함에 따라 한중관계 냉각기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당분간 중국의 사드보복을 최소화할 독자적인 대응책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보복이 이어진 몇 달동안 미국만 바라보며 독자적 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이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대선 국면에서 사실상 외교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달 9일 당선될 차기 정부에서 사드배치를 늦추거나 보류하는 카드를 들고 나올 경우 한중 사드 갈등을 끝맺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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