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같은 필수용품 사야죠." (만 2세 미만 자녀 1명)
"대학 학자금을 위한 교육보험에 가입할 거예요." (만 0세~3세 자녀 2명)
"아이 돌보미 비용으로 쓸래요." (만 0세~7세 자녀 3명)
"선택의 여지없이 방과 후 놀이학원 비용으로 써야 할 거 같아요." (만 3세~7세 자녀 2명)
이런 바람이 조만간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대선 주자들이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죠. 아동수당은 자녀를 둔 가정에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수당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아직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초·중·고교생 한 명당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죠. 유 의원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키우는 자녀에 대한 가정양육수당도 최대 2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두 배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도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선 주자 3명씩이나 아동수당을 언급한 걸 보면 필요한 정책 같긴 한데, 이거 왜 주려는 걸까요?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필요한 아이 돌보미 비용,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8만 원, 보험료 5만 원, 의료비 6만 원, 식비 등 필수적인 비용만 어림잡아도 이 정도입니다.
현재 딸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에 가정양육수당은 받지 않고 있는데요, 대선 주자들의 공약대로 매달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면 가계에 적게나마 도움이 되긴 할 겁니다.
그렇다면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추산해봤더니 자녀 한 명당 대학 졸업 때까지 들어간 양육비는 3억 9670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아동수당입니다. 양육비 부담을 국가가 일부 덜어주자는 거죠. 현재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9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만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소득별로 차등을 두지 않고 자녀 수에 따라 월 192~223유로(약 23~27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만 18세 미만 자녀가 3명이라면 한 달에 7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게 되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보면 보편적인 정책인데 국내에서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지급 대상과 범위 등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연간 5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복지를 위한 증세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겠죠.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교육 공약을 발표하긴 했지만,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찬반 견해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고작 아동수당 10만 원 준다고 안 낳던 아이를 낳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가 태어나 사회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국가에서 보육과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겠지만요. 이런 토양이 형성돼야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