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관들도 24시간 대기하고 있던 화재위험 지역
- 관할 동사무소의 냉대 "구청의 허락 있어야 구호물품 줄 수 있어"
- 관할구청, 개발 둘러싼 갈등으로 주민들에 대한 편견 갖고 있어
- 하필 왜 불은 낮에만 날까? 일부러 화재를 낸 것 아니냐 악성루머도
- 주민들은 개발되어도 입주하지 못하고 쫓겨날까 불안
- 일단 구호물품 지원 시급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3월 29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귀범 (구룡마을 前 주민자치위원장)
◇ 정관용> 오늘 아침에 서울 강남구의 구룡마을. 서울 도시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이렇게 불리는 곳이죠. 여기서 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1시간 반 만에 초기 진화가 됐습니다마는 모두 스물아홉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요. 주민들도 대피했다고 하네요. 이곳 주민 연결해서 피해 상황 들어보고 전문가 의견까지 차례로 듣겠습니다. 전 주민자치위원장 유귀범 씨 안녕하세요.
◆ 유귀범> 안녕하세요.
◇ 정관용> 유귀범 씨 자택도 혹시 피해를 입었나요?
◆ 유귀범> 다행히 저희 자택은 피해갔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피해를 입으신, 즉 집이 불 타신 분들은 지금 어디들 계세요?
◆ 유귀범> 지금 마을에 있는 화재가 난 곳 옆에 소망교회라고 있습니다. 일단 소망교회에 임시대피해 있습니다.
◇ 정관용> 모두 스물아홉 집이 불 탔다고요?
◆ 유귀범> 스물아홉 집이 탔는데 3세대는 공가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화재 피해는 26세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정관용> 집이 어느 정도나 탔습니까?
◆ 유귀범> 전부 손실되고 하나도 건진 것 없이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화재 원인이 지금 규명되고 있나요?
◆ 유귀범> 원인규명이 확실하게는 안 됐는데 주민 중에서 거의 나이 70세 가까이 되신 분이 술이 만취가 돼서 야외용 가스 점화를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경찰에서 진술을 했다고 그러는데요. 아직 확실하게 판명된 건 없습니다.
◇ 정관용> 여기가 몇 년에 한 번씩 큰 불이 났던 곳이죠?
◆ 유귀범> 네, 작년 재작년에도 큰 불이 나서 바로 옆에 전체 마을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 정관용> 그랬죠. 주민들이 아주 크게 놀라셨겠어요.
◆ 유귀범> 네, 여기는 항상 누누이 말하면 화재에 가장 취약한 곳이고 그로 인해서 소방관들도 매일 24시간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입니다.
◇ 정관용> 화재에 가장 취약한 이유가 뭡니까? 이게 다 무허가 판잣집이 전기배선이나 이런 것들이 다 얼기설기 엉켜 있어서 그런 거죠?
◆ 유귀범> 이게 지금 만들어진 지가 거의 30년이 다 돼 갑니다. 88년도에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들도 30년 되면 안전진단을 받고 재개발을 하는 곳이죠. 그런데 여기는 지금 비닐하우스 내지는 판자촌으로 보온덮개로 만들어진 집들이어서 전선도 낡아서 지금 부식이 돼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시설들이 너무 낡아서 조금만 점화가 되면 불쏘시개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져나갑니다.
◇ 정관용> 소방차들도 가까이 가기가 어렵죠?
◆ 유귀범> 여기가 이제 가스를 LPG가스를 쓰고요. 기름을 쓰다 보니까 한번 점화가 되게 되면 가스통이 터지니까 소방관들도 너무 위험스러워서 가까이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 정관용> 집집마다 소화기들은 있나요?
◆ 유귀범> 있기는 있죠. 매번 소방관저에서 주기는 하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지나게 되면 그 소화기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점검을 하기는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점화가 한번 되면 그 소화기 가지고는 초기진화뿐이 안 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 정관용> 지금 거주하시는 주민분들도 연령대가 고연령대가 많죠?
◆ 유귀범> 지금 한 30년 지나다 보니까 40대에 들어오신 분들은 70대 됐고 30대에 들어오신 분은 60세 됐고 해서 50대, 60대,70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정관용> 오전에 불이 나서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는 게 다행입니다. 밤에 불이 났다면 참 인명피해도 걱정인데. 지금 돌아갈 집이 없으신 분들 오늘 밤은 어디서 주무시게 되나요?
◆ 유귀범> 지금 그게 마을에 있는 소망교회에 있는데 관할 구청에서는 동사무소에 가서 기거를 하라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사무소가 사람이 기거하기도 녹록지 않고 그다음에 이 양재대로를 건너가야 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노약자시거나 여러 가지 불편하신 분들이라 그래서 동사무소까지 걸어나가기는 쉽지 않고 어차피 여기가 화재지역이기 때문에 왔다 갔다 드나들려고 하는데 위험스럽고 하다 보니까 여기에 기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화재가 나서 수령을 해야 되는데요, 구호물품을. 그런데 이분들이 아마 급하니까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구호물품을 요청을 했나 본데요. 구청의 허락이 떨어져야 준다. 당신들 거기 있지 말고 나와서 동사무소에서 기거를 해라, 이런 식으로 하면서 지금 아무것도 구호물품을 지금 수령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유귀범> 그래서 이중으로 지금 주민들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가장 먼저 나서줘야 될 관할구청에서 주민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항상 여기 소외되고 차별을 받고 있는 곳이 지금 이 구룡마을 주민들입니다.
◇ 정관용> 강남구청 신연희 구청장 요즘 계속 또 정치적 논란에도 휘말리던데 해당 주민들한테 어떤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겁니까, 지금 말씀이?
◆ 유귀범> 구청하고 구룡마을하고는 처음에는 많이 맞섰죠. 개발방식에 관해서 서울시에서는 주민들의 의사를 받들어서 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제시했고 신연희 구청장님께서는 전부 강제 수용을 요청을 하니까 그걸로 해서 몇 년이 지금 지연되다가 서울시에서 이번에는 그냥 강남구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전면 수용으로 지금 가게 됐는데요. 구룡마을 주민들은 전면수용을 당하게 되면 여러 가지 악조건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한테 지금 아무 협상이, 한 번도 협상을 주민들하고는 하지 않고 서울시와 강남구하고 둘이 협상으로 지금 수년을 보내고 있어요. 주민들은 아직 협상테이블에 한 번도 나가보지를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까 구청장이 여기 오시면 주민들이 홀대를 하죠. 그런 것에 대한 편견을 가지신 것 같아요, 주민들한테. 그런데 여기는 약자들이기 때문에 우리랑 맞서려고 하지 말고 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생각을 가져달라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동안 그러면 우여곡절이 있었다 손 치더라도 화재 피해자 지원은 마땅히 그냥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유귀범> 그런데 저번에 화재 났을 때도 그걸로 해서 많은 마찰이 생기다가 여기서, 마을회관에서 기거한다고 해서 앞에 학교로 이주시켜놓고 그 회관을 다 철거시킨 적이 있습니다. 뉴스에도 많이 나갔지만. 그래서 여기 구룡마을은 강남구청장님하고는 악연입니다.
◇ 정관용> 지금 그러니까 모여계신 교회에서 그냥 오늘 주무시고 그래도 가능한 거 아닙니까?
◆ 유귀범> 그렇죠. 가능은 하죠.
◇ 정관용> 가능한데 거기 있지 말고 굳이 동사무소로 나와라, 이렇게 지금 요구하고 있다는 거죠?
◆ 유귀범> 그렇죠. 왜냐하면 여기가 전에도 지금 화재 난 지역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못 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또 이렇게 되니까 자꾸 여기를 주민들이 그래서 자꾸 의심을 하는 겁니다. 밤에 화재가 났으면 인명피해가 엄청나게 컸을 텐데 낮에 나니까. 전에도 낮에 나고 또 낮에 나고. 이것은 의도적인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인명피해가 나면 큰일 나니까, 일단은.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주하지 않고 있으니까 보통 재개발지역 이런 판자촌들은 맨날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일부러 화재를 내니 어쩌고 하니, 쫓아내려고. 그러니까 지금 악성루머에 혹시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해서 동사무소로 가게 되면 여기가 다시 나중에 개발이 돼도 입주하지 못하고 쫓아내려는 거 아니야, 이런 불안감이 있어서 지금 못 나가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피해가 생긴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안심하게 해 주고 이거는 구호물품으로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는 방법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피해 입으신 분들 계시기 편한 곳에 빨리 구호물품 좀 전달해 달라 이 말씀까지 강남구청에게도 전달하고 싶고요. 일단 고맙습니다.
◆ 유귀범>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구룡마을의 전 주민자치위원장 유귀범 씨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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