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국민연금… 채무조정 찬성도 반대도 걱정

국민연금 이번주 찬성 반대 입장 결정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로서 정부의 채무조정안을 받아들고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선(先) 채무조정, 후(後) 추가 유동성지원'이라는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1조35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와 2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의 50% 출자전환과 나머지 50%의 만기연장을 하도록 돼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의 30%에 가까운 390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외에도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도 각각 1800억원과 1천억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과 이들 연기금의 회사채를 합하면 전체의 5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직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관련 부서별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기권 등을 놓고 검토한 데 이어 이번 주 내부 회의를 열고 심의할 계획이지만 쉽게 결론 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이렇게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은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선택도 내리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찬성하면 또다시 특정 대기업 살리기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했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된서리를 맞았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은 배임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연금이 당분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도 결정을 어렵게 한다.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에 동의할 경우 배정받게 되는 신주의 발행가격은 주당 4만35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주가보다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를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사 체제로 재편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이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고 이것은 다시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채무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취소나 선수금 반환 요구 등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폭락하고 사실상 대우조선의 청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투자원금까지 날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고민 끝에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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