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부재' 닷새째 삼성, 사장단회의 취소 미전실 중심 수습 양상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1일로 총수부재 닷새째를 맞는 삼성그룹이 일단 수요 사장단 회의를 취소하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한 사태수습 총력전에 접어 드는 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검수사가 끝나면 해체하기로 했던 미래전략실은 총수구속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해체여부나 해체시점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옅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너의 카리스마와 비서실에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에 이어 미래전략실까지 이름을 바꾸면서 존재해온 핵심참모 기능과 각 계열사 CEO라는 '경영의 삼각축'이 정교하게 움직이면서 운영돼 왔다.

그런데 이 삼각축 가운데 하나인 '오너의 부재' 상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3년째 와병중인 가운데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휘해 온 이재용 부회장마저 특검수사에서 구속됐기 때문이다.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삼성은 현재로서는 이를 구사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1심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총수부재'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총수를 보좌하면서 계열사의 이해관계 충돌 등을 조율하는 삼각축의 하나인 미래전략실도 제약조건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해체하겠다'고 약속한데 이어 삼성그룹이 지난 6일 '특검수사가 끝나면 해체하겠다'며 시기까지 못박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검수사가 끝나는 시기는 일단 이달 28일, 한달을 연장한다고 해도 다음달 28일에는 수사가 끝날 수 밖에 없어 삼성의 공언대로라면 해체될 운명이다.

여기다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이나 차장인 장충기 사장 모두 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안더라도 기소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재판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지원활동을 하기가 힘들어 진다.

각 계열사 CEO들은 각사를 책임경영하기는 하지만 총수가 건재하고 미래전략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두 축이 흔들리는 가운데 나머지 한축만으로 원활한 가동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 회의를 잠정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사장단 회의는 오너일가를 제외한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장단이 매주 수요일 오전에 모이는 자리로 의견을 내고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의 엄밀한 의미의 회의는 아니다.

오전 7시 반부터 모인 계열사 CEO들이 티타임을 가지면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계열사와 관련된 문제들을 서로 협의한 뒤 1시간 정도 주로 외부 강사들의 강연을 듣는다.

강의가 끝나면 이어 미래전략실에서 각 계열사가 공유해야 될 사항들에 대해 전달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때부터 시작됐다는 사장단 회의는 지난달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1차 영장실질심사를 받던날 취소됐을 뿐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지난 2009년 1월 이후 열리지 않은 날이 없다.

그만큼 삼성그룹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행사이면서 삼성 취재기자들에게는 계열사 CEO를 직접 만날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일단 22일 회의를 취소한 것이며 다음주인 3월 1일은 공휴일이어서 열리지 않고 그 다음 8일 회의도 취소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게 삼성의 설명이지만 유서깊은 사장단 회의를 잠정중단하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일단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현재의 총수부재 상황을 극복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당일인 지난 17일 최지성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진 가운데는 가장 먼저 이 부회장을 면회한 것이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재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면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갈 것이고 수사과정에 이어 재판과정에서도 뇌물죄의 무죄를 다투고 이를 입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미전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검수사는 끝나더라도 적어도 1심 재판이 마무리될 때 까지라도 ‘미전실 해체’의 시점이 늦춰지거나 미전실 해체 자체를 재검토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하는 분석이다.

반면 총수가 국회청문회에 나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이 없었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검수사가 끝나는 대로'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오래 미확정상태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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