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경제활동 단위가 가족이 아니라 개인으로 보는 시각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사회를 오랜 기간 지배해왔던, 남자가 가족을 부양한다는 이른바 남성부양자 모델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공동연구진의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 태도 국제비교연구' 보고서를 보면,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등으로 여성이 가사와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연구진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천52명(남성 476명, 여성 576명)을 대상으로 2016년 6월부터 11월까지 남녀 성 역할 인식변화, 부양책임, 가족가치, 가족 유대, 가사분담, 결혼만족도 등에 대해 면접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앞서 연구진은 10년 전인 2006년에도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남편이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항목에 찬성한 비율은 2006년 42.2%에서 2016년 33.7%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반대비율은 2006년 42.4%에서 2016년 49.1%로 올랐다. 조사대상 2명 중 1명이 반대한 것이다.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태도변화는 '아내는 자신의 경력을 쌓기보다는 남편이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문항에 대해 2006년 절반 이상(51%)이었던 찬성 비율이 2016년 37.5%로 10년 사이 뚝 떨어진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반대비율은 2006년 35.1%에서 2016년 44.1%로 껑충 뛰었다.
또 '불경기에는 남자보다 여자를 우선으로 해고해도 괜찮다'라는 항목에는 2006년에도 찬성 비율이 17.3%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4.9%로 더 내려갔다. 반대의견은 2006년 69.2%, 2016년 68.8%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