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경수 (<양치기> 웹툰 작가)
◆ 양경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직장인들의 애환을 한 컷, 또는 두 컷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한 뒤에 그걸 책으로 묶어내신 거죠?
◆ 양경수> 네, 지금 말씀하신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저자가 일본 분인데 한국에서 번역서를 내면서 저한테 삽화를 의뢰하셔서 제가 더 재미있게 삽화를 그려넣은 게 운이 좋게 사람들이 많이 봐주셨어요. (이 외에도 양경수 작가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잡다한컷' 등의 직장인 관련 창작물을 출간 또는 연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말들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거예요. 만화와 삽화와 어우러지면서 그게 기가 막힌, 원작을 훨씬 뛰어넘는 표현. 저는 그림 보고 정말 배꼽 잡고 웃었거든요. 그런데…
◆ 양경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직 이 삽화를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 우리 작가님이 직접 몇 개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양경수>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책의 표지가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보람 주머니를 들고 있는 사장 같은 사람한테 '됐고, 돈이나 달라' 이런 식의 그림인데 아마 보시지 않았을까 싶고요.
◇ 김현정> ‘보람 주머니 됐으니까 돈이나 주세요.’ (웃음)
◆ 양경수> 돈을 가리키는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 김현정> 맞아요. 또?
◆ 양경수> 그리고 상사병이라는 것도 있죠.
◇ 김현정> 상사병? 그거는 이성을 그리워하는 병인데요?
◆ 양경수> 그림에선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뛰고 왜 이러죠?' 하니까 상사병이라고 해요. 그래서 아 사랑에 빠진건가요? 했더니 '직장 상사가 주는 병이다'. (웃음) 그런 것들이 제 그림의 대표작이겠죠.
◆ 양경수> 저는 직장생활 안 해봤고요.
◇ 김현정> 전혀요?
◆ 양경수> 네, 저는 작가 생활 오래 했고 직장생활만 안 했지 제가 20살 때부터 학비나 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하고 있죠.
◇ 김현정> 어디 소속돼서만 안 했지 일을 노동은 계속해 왔다는 그 말씀인가요?
◆ 양경수>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냥 노동하는 것과 다르게요. 그림에 묻어나는 절절한… 소속된 직장인들의 노동과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직장인들의 정곡을 찌르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까?
◆ 양경수> 처음에 시작도 워낙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자기가 출근하려고 구두끈 맬 때 벌써 출근하기 싫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런데 왜 일을 하지? 이런 의구심도 들고 그러면서 시작된 거죠. (웃음) 일하기 싫은 얘기, 직장상사 욕, 부조리한 선배 이런 얘기들을 하니까요. 그럼 회사생활에 대해서 그려야지 하면서 그린 게 이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이 삽화들, 웹으로 본 사람이나 실제 실물로 산 사람이나 합쳐서 얼마나 됩니까?
◆ 양경수> 글쎄요, 제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한 20만, 30만 정도 되는데 노출도를 따지면 뉴스피드에 노출되고 이런 걸 따지면 몇 백만? 천만 가까이 되지 않을까요? 누적, 다 합치면요.
◇ 김현정> 제가 들은 소문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을 주문시켰다가 회사에서 해고당한 직원이 있다?
◆ 양경수> 네. 그게 괴담처럼 돌고 있어요. (웃음) 그런 회사라면 차라리 안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아니, 책 시키는 게 뭐가 어떻다고 책 하나 시켰다고 해고를. (웃음) 주변에서 들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또 있습니까?
◆ 양경수> 글쎄요. 사실 저는 이게 어떤 에피소드, 내가 이래서 웃겼다기보다는 저는 이걸 보고 우리도 언젠가는 이 반대 위치에 갈 텐데 반대 위치에서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 만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라는 댓글이나 쪽지들도 많이 받아서요. 그런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 김현정> 보람이 있네요. 그러니까 보면서 낄낄거리면서 내 스트레스를 풀어도 좋지만 내가 그 위치, 내가 상사의 위치에 갔을 때 후배들한테 상사병 걸리게 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것… 보람 있네요, 보람이에요. 이렇게 직장인들의 애환을 표현을 해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감사한 일인데요. 그림왕 양치기님. 회사원들 얘기만 그리세요?
◆ 양경수> 아니요, 저는 여러 가지 얘기를 그리는데요. 지금은 웹툰 플랫폼에서 여러 가지 직업군들을 다룬 그림들을 그리고 있어요.
◇ 김현정> 여러 가지 직업군? 어떤 것들이요?
◆ 양경수> 제목은 '잡다한 컷'이고요. 지금까지는 택배 기사님들, 스튜어디스분들 편이 나갔고요. 앞으로 여러 가지 직업군을 더 그릴 계획입니다.
◇ 김현정> 그것도 흥미롭겠네요. 온 세상의 직종들을 하나씩 다 그려보시는 거예요, 그렇게?
◆ 양경수> 네, 롱런하는 거죠. (웃음)
◇ 김현정> 제일 관심 있는 직종, 이건 꼭 그려보고 싶다는 직종이 있다면요?
◆ 양경수> 제가 사실 1월 말부터 소방관분들 편을 그려요.
◇ 김현정> 소방관 편?
◆ 양경수> 그런데 정말 어떤 영웅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좀 더 깊숙이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제 이번 주말이면 설 연휴예요.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할 우리 직장인들 많거든요.
◆ 양경수> 그렇죠.
◇ 김현정> 그분들에게 촌철살인 같은 시원한 한마디 오늘 끝으로 선사해 주신다면?
◆ 양경수> 글쎄요, 저도 연휴 내내 작업하니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해서 '아프니까 척추이다'라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네요.
◇ 김현정> (웃음) '아프니까 척추다.' 하루 종일 하루에 12시간, 13시간, 14시간 야근하느라고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척추들 다 망가지죠.
◆ 양경수> 저도 3번, 4번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웃음) 다들 스트레칭 많이 하시고 우리가 몸관리를 잘해야 되니까요.
◇ 김현정>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을 일도 있을 거고 내가 상사가 되는 날 후배들은 이런 세상 안 되게끔 내가 노력하면 되는 거니까 그날을 생각하며.
◆ 양경수> 역시, 정리를 잘하시는군요. 맞습니다.
◇ 김현정> 그림왕 양치기님, 양경수 작가님 앞으로도 직장인들의 애환, 가려운 곳 잘 긁어주시고요.
◆ 양경수> 네, 많이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그래요. 좋은 그림, 좋은 작품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 양경수>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그리고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저자죠. 양경수 작가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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