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 전 대치동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유진룡 장관을 비공개 소환해 관련 진술을 들은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이는 단순히 '진보 성향 단체와 인사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는 포괄적인 지시를 넘어 블랙리스트 적용 과정도 꼼꼼하게 챙겼다는 의미가 된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종 차관이 (1급 솎아내기) 명단을 김기춘 실장한테 넘겼고, 김기춘 실장이 새로 온 김희범 차관한테 ‘친절하게’ 전달했다”고 문체부 고위직 ‘숙청’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 전 실장을 배후으로 지목했었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선 한발 더 나가 박 대통령이 공무원 찍어 내기에도 관여됐다고 밝힌 것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문체부 직원들에 대한 '찍어내기'를 직접 지시했고, 이에 대한 보고도 받으며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문건 형태로 내려온 뒤에는 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을 포함해 문체부 1급들과 회의를 했는데, 당시 블랙리스트 거부 의사를 밝힌 1급들이 ‘솎아내기’를 당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6명의 실국장에 대해 '사퇴서를 받으라'고 지시했고 실제 3명이 공직사회를 떠났다.
유 전 장관이 최종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특검팀은 다음 달 초 있을 대면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유 전 장관 외에 청와대.문체부 관계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여러 진술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상당히 많다"며 "대통령께 (블랙리스트를) 보고했다. 대통령도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진술은 많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구속 영장에는 '문화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취지의 문구도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와 관련한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억제하고,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시를 받은 김 전 실장은 청와대 각 수석실에 이를 하달했고, 이어 한 달 뒤인 2014년 6월 청와대로 온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과 신동철(56) 정무비서관이 이 리스트를 주도적으로 관리했다.
영장 청구서에는 정부가 지원해 준 인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보수 인사를 우대하면서 ‘블랙리스트’로 진보 성향 인물들을 ‘찍어냈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특검팀은 이런 일련의 행위데 대해 사상.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