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 출신인 박 특검은 최재경 현 민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그의 친구 최윤수 국정원 2차장과 한솥밥을 먹던 식구였다.
그가 대검 중수부장 시절 최 수석은 오른팔인 중수1과장이었다. 검사장 출신의 최 차장은 ‘양아들’로 부를 정도로 아끼는 후배였다. 최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절친'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수사의 한축이 될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비호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지 의문부터 제기되자 박 특검은 친분부터 도려내라는 주문을 받았다.
30일 청와대 발표 직후 박 특검이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받은 첫 질문이 그랬다.
박 특검은 “검찰에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 관계”라며 “전혀 영향이 없다.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려할 필요 없고, 그랬다면 제가 특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장 120일 수사기간과 100명이 넘는 수사인력으로 ‘매머드급 특검’으로 불리는 이번 특검은 본격 수사 착수까지 20일의 준비기간이 있다.
수사 역시 가능하지만, 박 특검은 일단 수사 인력과 특검 사무실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특검팀 구성에 대해 그는 “사명감을 갖고 수사를 제일 잘하는 검사와 수사관들로 구성”이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4명의 특검보, 20명 파견검사 인선 작업 등이 우선순위다. 특히 파견검사 가운데 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어떤 인력을 솎아낼지 주목된다.
‘자기부정’ 모순에 갇힐 수 있는 만큼 특수본의 부장검사급 이상은 배제하고, 실무검사들만 차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박 특검이 파견검사 팀장으로 누굴 앉힐지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내부 신망 받은 차장·부장검사급이 ‘강한 그립’으로 파견검사들을 리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한때 이끌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윤 검사는 박 특검 중수부장 시절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다만, 이름이 거론되자 윤 검사는 주변에 ‘칼은 두 번 휘두르는 게 아니다’는 말로 고사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창과 방패로 만난 최 수석 등과의 인연을 끊고, 박 특검이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 점의 의혹 없이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과 기대가 뒤섞인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 검찰이 부르지도 못하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우 전 수석을 상대로 국정농단 비호·방조 의혹까지 밝혀내는 것도 박 특검의 몫이다.
박 특검은 "결코 좌고 우면하지 않겠다"며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