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가공원 시설활용계획 백지화, "전면 재검토키로"

각 부처별 나눠먹기식 활용방안 논란일자 백지화 결정…열린 계획으로 전환

(사진=국토교통부)
그동안 용산국가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축물 활용방안 등을 놓고 서울시와 논란을 빚어온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시설활용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그 부지에 용산국가공원을 본격적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앞으로 공원을 조성하면서 100년을 내다보고 열린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재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앞서 일본이 조선군 사령부를 두고 점령하고 있던 지역으로 우리에게는 사실상 100년 이상 우리 땅이면서도 남에게 빼앗겨 제대로 출입도 할 수 없었던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이다.

정부는 내년에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 용산기지 부지 전체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원조성 방침은 이미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확정됐고, 이후 2007년 용산공원조성 특별법 제정, 2011년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확정, 2012년 설계국제공모 당선자 선정 등의 과정을 밟아왔다.

그런데 공원 조성사업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공청회에서, 부지 내에 남아있는 기존 건축물 1200여동 가운데 80여개를 재활용하기로 하고, 이 중 7개 정부부처가 각자 경찰 박물관이나 과학문화관, 아트센터, 여성사 박물관 등 8개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여기에는 신축 건물을 새로 세운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국가공원을 조성하는데, 각 부처가 나눠먹기식으로 계획을 짜서는 안 된다고 서울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수차례 논란이 벌어지자 국토부는 결국 시설 활용방안을 아예 백지화하기로고 원점에서 조성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진현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원래부터 확정된 계획은 없었다"면서도 "기존 7개 부처기 시설물을 활용하는 방안은 모두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고, 건물 신축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국토교통부)
대신 앞으로 용산공원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는 보다 열린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아직 용산공원부지에 있는 지하시설이나 건물내부 등에 대한 세부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조성계획은 언제든지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계를 맡은 승효상 이로재건축사사무소 대표는 "2017년 미군이 퇴거하면 그동안 보안문제로 조사하지 못했던 지하벙커와 유류저장고 같은 지하시설물 현황을 조성계획에 추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따라 '100년을 내다보는 용산공원'이라는 선언 아래, 민간이 주도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공원 주민과 일반국민이 현장방문, 간담회 등을 통해 공원 조성계획 수립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국민참여단을 내년 상반기에 선발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용산공원조성추진위에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해, 민족성.역사성,문화성이라는 기본이념이 계획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심층토론회 정례화, 관계기관 실무협의 강화, 용산공원 모형 전시 등도 병행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2027년 조성완료 역시 완성이라는 의미보다는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내부 내용물은 수세대에 걸쳐 계속 채워나가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로써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 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군이 빠져나는 내년 이후 공원부지에 대한 세부조사가 이뤄지면 공원 조성방안을 놓고 또다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공원 조성계획을 짜겠다는 입장이어서, 100년 이상 '금지의 땅'이었던 용산이 어떤 모습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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