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2, 즉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과 무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해도 171명에 불과해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동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이탈표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탄핵안 가결이 찬반을 알수 없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일단 탄핵소추안 발의에 200명 이상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구두로만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실제 투표장에서 찬성표를 던질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다만 탄핵안 발의 때 이름을 올릴 경우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투표장에서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일단 탄핵안 공동발의 의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탄핵 정족수(200명)가 확보되면 내일이라도 탄핵소추안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는데 전날 기자들을 만나 "통과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야 발의를 한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탄핵 찬성 표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과 비공식 접촉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는 200명을 넘을 것 같다"며 탄핵안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새누리당과 비박계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김용태 의원도 "현재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라며 "새누리당 의원 한명 한명이 탄핵에 찬성하는 지 반대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안 가결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여권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무기명 투표로 의결되는 탄핵안을 기명으로 의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시 재적의원 과반(150명)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명투표를 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64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한정 의원은 "현행법은 탄핵소추 표결을 무기명 투표로 하도록 하고 있어 국가 중대사안인 탄핵소추 표결이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얼마 전 대통령을 탄핵한 브라질도 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중대사안인 탄핵소추 표결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기명 투표가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투표 찬성을 끌어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샤이 박근혜', 즉 드러내지 않고 박 대통령을 지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은 지역의 여당 의원의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이) 자당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무기명이기 때문에 더 많이 (탄핵안 찬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이어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우리당이야 다 (기록에) 남기려고 하겠지만, 새누리당 중 탄핵 찬성하는 사람들 다 커밍아웃한게 아니다. 서너 명밖에 없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인사에 대한 표결은 무기명으로 하는 게 국회의 관례"라며 "우리 당 안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런 것을 깨트릴 경우 여론의 초점이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안 기명투표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적지않아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에 의원 200명 이상 참여가 어려울 경우 기명투표가 여권 압박카드로 재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